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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May 03. 2020

미국 내 맨손 이사

드디어 이사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의 이사 날이 왔다. 코로나로 인해 은행의 일들이 늦어졌고 클로징 데이를 넘어서는 일도 많다던데 다행히도 우리는 클로징 날짜에 맞춰 완료할 수 있었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리얼터에 의하면 수요일 오후 4시 30분쯤 열쇠를 넘겨받는다. 수요일에 짐을 싸고 목요일 아침 일찍 렌터카를 빌려 짐을 두 번 정도 옮긴다. 코스트코와 H마트(한인마트) 쇼핑을 하고 친구네 집에서 식탁 의자를 받기로. 


우리는 가구가 작은 테이블 하나다. 따라서 이삿짐 센터를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짐도 많지 않으므로 SUV 차를 렌트하면 2번이면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쫄보인 나는 치안이 걱정됐다. 차 안에 물건이 있으면 그 차는 털린다고 하는 데 우리 둘이 이사를 한다면 누가 차를 지킬 수 있을까. 우리 옆 건물 앞에 모여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이 우리 이삿짐을 훔쳐가진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 최대한 짐을 건물 내부 1층 현관에 옮긴 후 건물 현관에서 차로 옮겨야겠다고 계획했다. 


수요일이 왔다. 남편은 재택근무를 했고 나 혼자 주섬주섬 짐을 쌌다. 박스와 캐리어를 이용해서 옷을 담고 주방용품을 담고 화장실 용품을 담고. 생각보다는 짐이 많아 두 번으로 가능할까 의문이 생겼다. 남편의 재택근무가 어느 정도 끝이 나고 4시 정도 리얼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클로징이 마무리됐으며 집 열쇠를 컨시어지에게서 받아가면 된다고. 신이 났다.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 더 이상 5평 원룸이 아니었다. 우리는 전화를 끊자마자 같은 마음으로 얘기했다. "그냥 오늘 가자!"


렌터카의 일정을 변경했고 우린 초고속으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오늘 한 번, 내일 한 번의 이사를 목표로, 오늘은 식료품과 주방용품, 이불 등을 가져가자. 빠르게 짐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새 집에서 집 열쇠를 받았고 렌터카까지 빌려왔다. 

이사 준비 중

렌터카를 집 앞에 잠시 주차를 한 뒤 짐들을 챙겨 왔다. 우리의 계획은 1층 현관에 옮길 짐들을 두는 것이었는데 차마 이불은 바닥에 놓을 수가 없었다.(이불까지 패키징 했으면 됐는데 우리에게 그런 준비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차문을 열었고 이불을 넣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는 짐을 집에서 1층으로 옮기는 역할, 남편은 짐을 1층에서 차로 싣는 역할을 했다. 차가 털리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저기서 우리를 구경하는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이 훔쳐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은 할 필요가 없었다. 패키징 된 짐들을 옮기는 것은 매우 빨랐으며 사람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았던 우리 짐

이사하는 우리 집은 5층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면 엘리베이터를 미리 예약했어야 한다. 다행히도, 지상주차장이 6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주차를 5층에 한 후 바로 집으로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Stay at home order 기간이라 통로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없어 민폐 끼칠 일도 없었다. 


처음으로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기분은 짜릿했다. 드디어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다. 발코니가 있어 집에서 바깥공기를 쐴 수 있고, 창문으로 바깥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행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삿날은 자장면이라 했던가. 우리는 짜파게티를 끓여먹고는 이사가 이리 간단한데 한 번 더 가자고 몸을 움직였다. 오후 9시 30분쯤이었다. 날은 어둑했고 몸은 피곤했지만 왠지 두 번의 이사로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한번 더 이동했다. 남은 짐을 거의 남기지 않은 채 최대한 짐을 실어왔고 5층 주차장에서 집으로 한 명도 마주치지 않은 채 이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이사는 다음 날 마무리됐다. 아침에 코스트코를 가서 2시간 동안 장을 봤으며 전에 살던 집에 들러 몇 안 남은 짐을 챙겨 왔다. 집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린우드 H마트에서 한 시간 장을 보고 친구네 집에 들러 식탁의자를 받아왔다(식탁은 없지만). 


대학생 자취방 같은 이사를 하는 건 이번 생에 마지막이지 않았을까. 몸은 좀 고생하지만 우리가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일 수 있고 이사비용으로 3만 원(렌터카 비용, 코로나로 인해 저렴하다)밖에 들지 않았던 점에서 높게 쳐주고 싶다. 다음에 이사할 땐 이렇게 할 수 없을 거란 걸 알기에 너무나 만족스러운 이사였다. 

아무 것도 없는 우리 New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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