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요일 밤 과자점 Jun 13. 2021

'셰익스피어 머리' 앞에서 만나

알아두면 쓸데없는 영국 이야기 2

런던의 Pub문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영국에서 Pub은 낮에도 밤에도 늘 열려있는 곳이다. 점심을 먹으며 맥주를 한 잔 할 수도 있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한 잔 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만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축구경기를 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영국의 Pub은 옛날 Public House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도 이제는 영국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면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런던을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Pub이름으로 흔하게 쓰이는 이름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특히, 'OOO's Head'라는 이름이 정말 많이 보인다. King's Head, Queen's Head, Shakespeare's Head 등등. 여전히 군주제에 기반한 영국에서 왕과 여왕의 머리를 그렇게 막 써도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조선시대 한양 저잣거리에서 '세종대왕 머리 주점'이라고 썼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영국 Pub이름으로 제일 많이 쓰이는 건 뭘까? 궁금하면 찾아보라고 했으니 지금부터 찾아본 썰을 풀어보겠다. 


Pub의 시작은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Public House였다. 마을마다 동네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같은 곳이었는데 이 Pub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살펴보면 이름의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Pub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문맹이었던 시기부터 이용하던 장소였다. 즉, 우리 어디서 만나자!라고 할 때 그 어디서 라는 간판을 영어로 써 놓아 봐야 못 읽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Pub의 이름으로 아무리 멋들어진 이름을 지어봐야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보다는 알아보기 쉬운 '그림'으로 간판을 만들었다. 주로 동물(사자, 사슴 등)이나, 상징적인 문양(왕관, 쟁기 등), 혹은 유명인의 얼굴(왕, 여왕, 셰익스피어 등)을 사용한 것이 지금의 Pub name의 시초가 되었던 것이다. 


학교 근처 Holborn에 있는 Shakespeare's Head Pub

영국 맥주 및 펍 연맹?이라고 할 수 있는 BBPA(British Beer and Pub Association)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Pub이름은 다음과 같다.  

Red Lion (759)

Royal Oak (626)

White Hart (427)

Rose and Crown (326)

King's Head (310)

King's Arms (284)

Queen's Head (278)

The Crown (261)

이 조사도 2007년 기준이니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름이 왕가의 휘장 문양, 혹은 알아보기 쉬운 그림 들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펍 이름만 하나씩 들여다봐도 영국의 역사를 볼 수 있는데, Rose and Crown은 왕권을 두고 30년 넘게 진행되었던 장미전쟁과 관련이 있다. 당시 랭커스터 가 문장은 붉은 장미, 요크 가 문장은 흰 장미였기 때문에 왕위를 놓고 두 가문이 벌인 전쟁을 장미 전쟁이라고 부르고 두 가문의 결혼으로 전쟁이 종식되면서 튜더 왕조가 들어선다. 이 튜더 왕가의 문장이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합쳐진 튜더 로즈이고 지금까지 영국 왕실의 문장(A royally crowned Tudor rose)으로 사용되고 있다. 덧붙이면, 위에 나온 저 펍 이름들 모두 결국 왕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군주제 국가의 특징이 동네 맥주집 이름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는 그 나라의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이전 런던을 여행하던 어느 날 당신이 들렸던 펍 사진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아마도 당신이 들렀던 그 Pub의 이름도 기억해 보면 저 들 중에 한 곳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토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