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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 밤 과자점 Sep 11. 2021

다시 돌아온 영국의 여름

Welcome Back!

7월, 영국의 거리두기 조치는 해제되었다. 

옥스퍼드 거리에는 리테일 세러피(Retail Therapy)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소호의 골목골목 레스토랑은 음식, 술, 음악 그리고 사람이 가득하다. 

유로 경기로 동네 펍은 열기와 함성을 내뿜는 공장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영국은 2년 만에 돌아온 여름, 코로나와 함께 사는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다시 돌아온 영국의 8월, 나는 에든버러로 시작했다. 

Edinburgh의 8월은 축제의 달이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 북 페스티벌, 재즈 페스티벌, 필름 페스티벌 등등 많은 페스티벌이 8월 한 달 동안 펼쳐진다. 나는 8월 첫 주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과 프린지 페스티벌의 개막을 함께 하는 여정으로 3박 4일간의 에든버러 여행을 떠났다. 

도착한 첫날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Opening Concert. 다른 때와 달리 총괄 디렉터가 무대에 올라 인사의 말을 전한다. 우리가 드디어 다시 만났습니다.라는 첫인사를 전하자 정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두가 염원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매년 오던 것도 아닌 나도 환호했고, 울컥했다. BBC 심포니가 연주한 곡 하나하나, 이 날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다시 만나 반갑고, 음악은 영원하다고.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메인 야외무대의 안과 밖, 그리고 프린지 페스티벌의 주차장 간이 무대

다음 날은 프린지 페스티벌의 야외무대에서 공연된 에든버러 배경의 뮤지컬 'Sunshine on Lieth'. 비록 주차장을 무대로 바꾼 간이 무대였고, 선샤인은 커녕 장대 같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본 공연이었지만 모두의 마음은 따뜻한 햇살을 받은 것처럼 따스하고 두근두근거렸다. 우리가 다시 이 거리에서 이 축제에서 만났으니 모두 그 간의 고통과 슬픔은 이제 끝내자고 말하고 있었다. It's over and done with.


에든버러에서 돌아와 런던의 8월. 런던의 8월은 무조건 프롬(Proms)이다. 

로열 알버트 홀에서 9월까지 40여 일간 펼쳐지는 클래식의 향연. 그리고 무엇보다 당일 아침 9시에 오픈하는 Promming 티켓이 이 축제의 기쁨이다. 아레나, 갤러리 구역에서 공연 내내 서서 봐야 하는 이 7파운드(한화 1만 원) 티켓은 싼 값에 (조금 힘은 들지만)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준다. 심지어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 차원에서 합창석 뒷자리를 오픈했기 때문에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공연은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함께 연주한 공연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오페라 콘서트였다. 특히 조슈아 벨이 지휘 겸 바이올린 연주를 함께한 사계+사계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우리가 다시 만난 이 여름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거슈인의 Summertime을 선물해준 센스까지.

150주년을 맞은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리는 BBC Proms 무대와 뮤지컬 Come From Away 무대

그리고 런던의 8월, 나는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웨스트엔드 뮤지컬 공연장에 입성했다. 

6월 말쯤부터 하나둘 오픈하기 시작한 웨스트엔드 공연장들은 8월이 되자 꽤 많은 수가 절찬리에 공연을 올리고 있었다(비록 아쉽게도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들은 10월 이후에 오픈이기는 하지만). 나의 코로나 시대 런던 생활 첫 번째 뮤지컬의 영광은 Come From Away가 가져갔다. 아프가니스탄의 슬픈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시기에 보게 된 이 뮤지컬은 마침 미국 911 비극을 소재로 한 실화 바탕의 내용이었는데 911 테러로 급작스레 캐나다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로 회항한 비행기의 손님들과 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불가피하게 낯선 마을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던 사람들과 그들을 맞느라 고군분투했던 마을 사람들. 그 안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자식 잃은 엄마의 슬픔, 그를 위로하며 피어나는 우정, 그리고 인간의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그린 뮤지컬. 인생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는 이야기였다. 20년 전의 그때처럼, 코로나가 가져간 우리의 일상을 다시 찾고 또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길게 보면 또 우리 인생의 일부일 것이다.  


다시 돌아온 영국의 여름이지만, 

여전히 어딜 가든 마스크를 쓰는 것은 나와 혜림이 뿐인 것 같고

지하철 탈 때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손잡이도 마음껏 잡을 수 없고

날씨는 들쑥날쑥 여름인지 가을인지 알다가도 모를 변화무쌍함을 선보였다.


그래도 영국은 여름을 맞아 모든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8월을 보냈다. 

축제의 계절, 8월이 가고 이제 9월.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저만치에서 달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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