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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Apr 19. 2021

이별

이름 한자락의 아쉬움


어제 웬일로 네가 꿈에 나오더라. 꿈내용은 이게 무슨 개꿈인가 싶었지만 네가 나왔다는 것에 기뻤다.

요 며칠 서먹했던 우리의 사이가 끝을 바라볼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힘들었지만 배려라는 이름아래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삭히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좋아하면서도 늘 서운한 감정을 숨긴채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힘들었다. 네가 뭘하고있는지 sns를 염탐하면서 전화 한번을 제대로 먼저 해볼 용기조차 없었다.

결국 너는 내게 헤어짐을 고했다. 오랜만에 머리가 복잡해져 열도 났고 두통도 심해 제대로 듣고있는게 맞는 것인지도 헷갈렸다.

네게는 언제나 부족했던 나라서 이별을 고하는 너에게 무어라 답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네 뜻이 그렇다면 그러자' 이런 모순담긴 대답만 내뱉을 뿐이었다.

너와 내가 다른점은 나는 감정을 숨겼고 너는 어정쩡한 일은 매듭을 지어야 직성이 풀렸다. 마지막도 너는 그랬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서운했던 일을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이것이 너와 나의 차이점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일일히 답할 수없었다. 나는 속이 좁았고, 그러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면 네가 받을 상처가 걱정됐고, 나의 말에 반론할 너의 대답도 지쳤다. 그저 할 수있는 말이라고는 '늘 괜찮아',' 어쩔 수없는 거지' 처럼 언제나 같은 대답만 늘어놓을 뿐이다.

내가 괜찮지 않은 것은 나도, 너도 잘 알고있었다. 너는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달라고 했지만 나는 아무런 답도 할 수없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조차 모르겠으니까.

늘 삭히는 일만 해왔던 터라 입을 열면 분명 눈물만 나올 것이다. 이런 일로 눈물 짓고싶지 않았다. 너는 내게 좋은 사람이었고, 너와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내면 다시 너를 볼 자신이 없다. 그러니 회피하는 거다. 그냥 괜찮다는 일관된 말을 하고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 밖에 할 수없었다.

너는 내게 친구로 남고싶다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 의견을 물었다.

나는 너와의 헤어짐을 원치않았다. 헤어짐을 원치 않았음에도 서로가 맞지않는다면 한사람의 희생으로 붙어있는 것은 이기심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그러니 헤어짐을 택했고, 네가 친구로 남길 원한다면 나 또한 그것으로 만족했다.

허나, 한가지 걱정인 것은 앞으로 너를 어떤 얼굴로 마주봐야 할까. 평범한 연락도 불편한 사이가 될 것이었다. 전화 한통을 하는 것도 분명 어려울 것이다. 네 목소리를 듣고 울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너와 친구로 지내는 것이 맞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모순을 어떻게하면 좋을까.

나의 꿈에 네가 나왔고, 너는 내게 이별을 고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있다면 헤어짐을 끝으로 네 이름 한자락을 불러보지 못한 것이었다. 평소에도 낯간지러워 부르지 못한 이름이 앞으로도 부르지 못할 이름이란 것에 애달팠다.

나는 오늘 한 사람과의 인연을 끝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나는 네게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었으니 부디 앞으로 네가 만날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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