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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Mar 15. 2022

네게 전하지 못한 것들

겁쟁이의 거절


다행이다. 내가 네 이름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나에게 다가오는 네가 오늘따라 유난히 즐거워 보여서 눈물이 났다. 네가 점점 더 거리를 좁혀 다가오면 나는 뒷걸음질 쳐야만 했다.

등 뒤에 딱 닿아버린 벽을 억지로 밀어내며 너에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도, 내게 다가오는 모든 순간이 좋아 넋을놓고 바라보게 된다.

나는 이 결말이 얼마나 끔찍할지를 안다.

결국 나는 네게 이제껏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고 도망갈테고, 처음에는 그런게 무슨상관이냐던 네가 내 이야기를 듣고 멈춰선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을 난 알고있다.

처음보다도 못한 잔인한 사이가 되겠지.

너를 피하고 나를 피하는 그런, 지독한 사이가 되겠지.

주변에서는 그럴거다. 뭐야 둘이 싸웠어?

아니, 그런게 아니야.

태연한 척 말을 내뱉겠지만 속은 타들어가 잿덩이가 되어버렸다.

다가오지말라고, 그를 좋아하게 되는 내게 정신차리라고 수백 수천번을 외쳐봐도 결국 그를 좋아하고 있을 내가 얼마나 아프다 죽을까 늘 걱정이었다.

그나마 다가오는 너에게 다가가지 않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면 네 이름을 여전히 입밖으로 내뱉기 어색한 사이에서 사그라들었다는 것일까.

네게 익숙해져 여기저기 네 이름을 쏟고다닐까, 너를 잊지못할까 걱정했던 내 마지막 발악이 통한모양이다.

생각의 시간은 길지 못했고, 나는 네 답의 여부가 무엇이든 이렇게 뜨겁고 절절하고 사랑스럽도록 잔인한 관계를 끊어내릴 작정이었다.

나에게 단 한번도 떳떳하지 못해 네 수많은 시간과 감정을 태우게 만들어 미안할 뿐이다.

끔찍한 기억을 만들어내 그것도 미안하다.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어서, 나와 발맞추어 걸어주어서 그 모든게 다 고맙고 미안하다.

이 글에 굳이 네 이름을 적어넣지는 않겠다. 짧은 시간을 이렇게 깊이 사랑해준 너를 밀어내고 상처만 주어서 늘 미안했다.

미안.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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