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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Mar 30. 2022

네게 전하지 못한 것들

번아웃의 연애

우울의 늪은 한순간에 다가온다.

요새 우울은 늘 너라는게 참 웃기다.

네 한마디에 웃다 울다 또 슬퍼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내게 영향을 미쳐서 내가 내가아닌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방금의 통화에는 네 우울이 담겨있었다.

주변 친한 애들에게 털어놓지 못한 연애는 둘만의 비밀이었는데, 그 비밀의 머릿카락 한올이 남들에게 보일마다 너는 생각이 많아지는 것같다.

네가 신경쓰는 부분이, 한 걱정을 오래 파고드는 네 성격이 나와 같다 느끼면서도 그 신경쓰임 속에 내가 들어있기는 한걸까 싶다.

내게 전하는 고민거리는 늘 타인에 의한거였고, 너는 단 한번도 나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내색을 하지않으니까.

나는 늘 네가 머리속에 가득해 신경쓰고 화가나고 우울한데 어떻게 너는 조금의 신경도 써주지 않는 뉘앙스로 태연히 이야기할까.

사람을 오래 알아갈 수록 더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던 네 말을 듣고 나는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늦게 만난사람한테는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눈치보면서, 사람들을 알아가는 네 머릿속에 너는 나를 얼마나 많이 알고있을까.

나에대해 알고있는건 있을까.

내가 어떤걸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뭘 그리 걱정하는지, 왜 우울해하는지 너는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들어주려 한 적이있을까.

내가 아프다는 말을 할 때도 몇마디 이후에 갑자기 다른 주제를 내뱉고, 친한 여자애를 언급하는 너를보면 가끔은, 아니. 사실 매일을 머릿속부터 입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많이 짧은건지 입술사이로 우리 그만할까 라는 말이 삐져나올 것만 같다.

나는 네가 신경쓰는게 우리의 만남이 남들에게 알려질까 하는 걱정인 것같아 무심코 그럼 우리 그만 연락하자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

내뱉고 나면 후회는 나만 할 거 알아서 입술을 억지로 이어붙혀 틀어막았는데 단단히 닫혀있을줄 알았던 매음새가 얼마나 버텨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내 우울이 저 바닥에 쳐박혀 온통 머릿속에 네 이름 석자를 새기는 날, 그 날에는 내 입술이 기어코 열려 끝을 고할 것만 같아서 두렵다.

네 성격상 왜? 갑자기? 라는 말을 끝으로 그럼 그러자 라고 답할 것만 같아서.

여지 한번을 남기지 않고 뒤돌아 설 것만 같아 두렵다.

네가 하고싶은 말만 내뱉는 성격인거 나도 아는데, 뜬금없이 분위기에 맞지않게 주제를 돌리는 것도 네가 무거운 주제보다 가벼운 주제를 원한다는 것도 아는데, 네가 심적으로 요새 힘들어서 더 그런다는 것도 아는데.

나는 네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아 심장이 전하는 진동을 하루 수십번씩 참아가며 눈물을 틀어막고 있다는 사실을 단 한번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만남은 초반부터 불안정했다.

그 불안정 속에서 나는 네게 안정을 원하고 있었나보다.

늘, 곧 다가올 헤어짐을 생각하면서 너를 만나는 건 쉽지않은 일이더라.

자주 그런 생각을한다.

우리가 연애를 하고있는게 맞을까. 네가 나를 좋아하는게 맞을까. 실은 나는 그저 네 어장에 풀어둔 물고기라 놓치긴 아쉽고 잡고있긴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그런, 바보같은 생각.

만약 그런게 아니라면 네가 내게 조금만 더 신경써주라. 나를 좋아한다는 표현정도는, 적어도 내가 좋아한다고 표현을 하면 긍정의 의미를 담아 답을 보내주라.

힘이들어 다 손놓고 싶은 나를 부디 말려주라.

내가 애정을 갈구하지 않도록 조금만 사랑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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