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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Apr 24. 2022

네게 전하지 못할 것들

늦은 연락


늦었어.


무언가 할때마다 미리 연락을 하겠다는 말에 나는 모르는척했어.


'뭐라고?' 라는 말로 대답을 거부했어.

그 질문에 '내가 무언가 할때마다 연락을 잘 못하잖아. 그래서 연락을 좀 하려고' 라고 답했고 나는 그 답에 '누구한테 연락을 한다고?' 라며 또다시 모른채했어.



반복되는 질문에 곧이 곧대로 나한테 연락하겠다 답하는 네게 듣지못할 목소리로 이미 늦었다고 중얼거렸는데 역시나 못들었더라.



이제와서 연락한다고 말하면 기뻐할 것같아? 전혀, 오히려 슬펐어.


지금이라도 연락을 남기겠다는 말은 할 수있었음에도 하지않았다는 거잖아.


매번 연락없는 너를 수도없이 기다렸는데 이제와 그런말을하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같아.




너는 그렇지 않은가봐.



나는 네가 뭘 하고있고 누구랑 있고 어떤 곳에 있는지 늘 궁금한데 넌 아닌가봐.



아니면 내가 먼저 보고해서 그런걸까. 내가 지금 어디있고 누굴만난다고 꼬박꼬박 이야기해서 그런걸까?



회사와 집이 아니면 집앞 놀이터에 산책을 나가는게 전부라 더 그러는걸까?



네가 친구를 만나느라 연락이 없는 건 알아. 나도 그정도는 이해할 수있어.



이해는 하면서 연락 한통 없는 네가 야속할때마다 스스로가 얼마나 속 좁은 사람인지 자책하게돼.



그래서 내가 밉고, 그 반의 반만큼은 네가 미웠어.



잠깐만 시간내서 잘 있냐고, 뭐하냐고 연락 한통만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수십번을 생각했어.



네 친구들에게 마저 하는 질투가 얼마나 비참하고 한심한지 네가 모르길 바라.




나도 친구들 만나서 네 생각안하고 신나게 놀고싶어.


단 하루만이라도 그래봤으면 좋겠어.


그 시간동안, 짧은 시간동안 네가 연락없는 내게 안달복달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진짜 이기적이고 속좁은 생각인거 알면서도 해봤어.


그러고 나서 내려놨어.


그냥, 잘 놀고있겠지. 바쁜거겠지. 조금의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네가 그 상황에 즐겁게 있는 거니까 오히려 다행인거겠지. 그렇게 마음 접었어.


그런데 이제와서 꼬박꼬박 연락하겠다니 그게 무슨말이야.


늦었어. 늦어도 너무 많이 늦었어.


그러니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네 연락에 갈아앉은 기분이 한순간에 올라가. 갈아앉은 이유가 연락이 없어서인데 바보처럼 행복해 할거야.


이젠 그런거 싫어.


바보처럼 네 연락 하나에 웃고 울기 싫어졌어.


그러니까, 너와 나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자.



너는 내게 보고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나도 더이상 애꿎은 미련도, 질투도 하지않을게.


상처받지 않을게.


내 선택이 마음을 닫는 행동이라는 거 알아.


몇번을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는 주제에 여전히 너를 좋아하고 있어. 그냥, 그게 조금 지칠 뿐이야.



우리가 헤어지는건 상상하기도 싫지만, 내가 약간은 손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네 손을 너무 꽉 잡고있었나봐. 그래서 이렇게 더 원했던거니까.


그저 아주 조금만 손에 힘을 풀어볼게. 내가 완전히 네 손위에서 떠나기 전에 조금만 붙잡아주길 바라는건 욕심인거 아니까.


우리의 거리가 조금만 느슨해지는 것 뿐이니까.


그러니 이제와 일일히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주저앉지만 않게, 딱 그정도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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