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ㄷㅣㅁ Aug 17. 2023

고시 그 이후.

나 홀로 일본 여행_prologue2


세종대왕 만만세


   일본어 공부는 히라가나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어의 한글, 영어의 알파벳과 같은 표음문자이다. 그런데 일본어는 조사나 서술어의 어미는 히라가나로 쓰지만 그 외 대부분은 한자를 사용한다. 즉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함께 사용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유명사, 의성어, 외래어 등의 경우에는 가타카나라는 또 다른 표음문자를 사용하여  표기한다. 그래서 일본어를 읽고 쓰기 위해서는 총 3종류의 문자체계를 익혀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한자는 중국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단어가 나올 때마다 매번 외워야 하며,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자와 중국어의 간체자가 다르듯 일본이 사용하는 한자도 다르므로 한자를 안다고 해도 일본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한자를 새로 배워야 한다….^^ 하하


   중국어를 처음 배웠을 때도 그랬지만…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며 애국심이 절로 끓어오르고 있다. ‘한글 창제’ 어릴 적부터 표어처럼 알아왔던 거라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실감하지 못하곤 하는데 외국어를 배울 때면 온몸으로 그 위대함을 알게 된다.

    단지 표음문자라서뿐이 아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 발음을 익히기 어려운 이유는, 모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음소는 잘 구별하지 못하므로 따라 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한글의 경우 상당히 많은 수의 음소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어를 표기하거나 발음함에 있어 최대한 원래의 언어와 가깝게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세종대왕 덕분에 한국인들은 외국어를 배우기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영어발음은 상당히 좋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점을 살려 영어뿐 아니라 여러 외국어 교육이 더 강조되면 하는 바람이다.

(c)연합뉴스




아이우에오


   일본어의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한글과 알파벳은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는 반면, 히라가나는 ‘아이우에오(あいうえお)‘ 5가지의 기본모음과 자음이 결합하여 행을 이루며 각각 독립적인 글자가 된다는 것이다. 가령 자음 ‘ㄴ’의 경우 ‘나(な)행은 ‘나니누네노(なにぬねの)’ 5글자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い) 단‘에 ’야유요(やゆよ)‘ 3가지 반모음이 결합되어 ‘냐뉴뇨(にゃにゆにょ)’ 와 같이 발음이 만들어진다.


   언어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으나 직관적으로 이런 식의 문자체계는 발음이 제한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한국어에는 존재하는 모음 ‘어 으’가 없다. 이 두 개 모음의 부재는 ’여 의‘ 등의 발음도 일본어로는 소리를 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종종 일본인들이 ‘의미’라든가 ‘연습‘등의 단어를 각각 [이미], [욘습]이라고 발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com/shorts/xCsuaVHMQAo?feature=share

일본인들의 한국어가 귀엽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실제로 재플리시라고 알려진 일본식 영어가 탄생하게 된 것도 일본어의 음소의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든 외래어를 자국 언어에 존재하는 음소로 표기하기 마련이지만 유독 재플리시가 독보적으로 원형에서 벗어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는 것이다.


   가령 ‘coffee’를 우리나라는 ‘f’를 ‘ㅍ’로 대체하여 [커피]라고 발음하지만 일본어에는 모음 ’어‘가 없으므로 [코히]라고 발음한다.

   ‘Mcdonald’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맥도널드]로 [어]와 [오] 사이 어딘가의 중간 발음인 영어의 ‘do’를 완벽히 발음하지는 못하지만 상당 부분 유사하다. 반면 일본어는 [마그도나르도]라고 하여 변형이 심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음모음이 분리된 한글의 경우 지음이 초성뿐 아니리 종성으로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어에서는 ‘っ’ 또는 ‘ん’이 각각 앞에 위치한 자음에 따라 다른 종성의 역할을 하는데, 이때 이들은 각각의 음가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국어로 ‘Mc’은 [맥]이라고 ‘ㅁㅐㄱ’이 하나의 음가를 갖는 것과 다르게 일본어로는 [마그]라고 해서 한국어에서 종성에 해당하는 ’ㄱ‘이 독립된 음가를 가져 2음절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일어에는 한국어의 ’받침‘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다나카상’이라는 부캐가 유행했는데 이런 일본어의 특성을 참 잘 따라 한다고 생각했다(일본인들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될 정도… 근데 일본방송인들이랑 찍은 영상을 보니 그들도 재밌어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한국어의 받침이 독립적인 음가를 가지도록 발음한다거나 ‘어 으’를 발음하지 못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잘 캐치한 것 같다. 진짜 능력인 듯 ㅋㅋㅋ 다시 봐도 너무 웃기다…


https://youtube.com/shorts/dtk4b1zuFqg?feature=share

ㅋㅋㅋㅋㅋㅋ

   왜 하필 이름이 ‘다나카’일까 궁금했는데 지금에서야 일본어 공부를 하며 알게 됐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펄수’나 ‘민수’ 정도의 이름인 듯하다.



  쓰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진다. 언어에 있어서만큼은 절말 진심이라 그런지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난다. 일어공부의 후기는 다음 편에 이어!!

작가의 이전글 고시 그 이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