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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searChurry Dec 06. 2020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3) - 인터뷰 진행하기

사용자 조사, 이것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유저리서처 리서처리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Kx_Gnr85hTKaplBWOulAwg/videos


이미지 출처 : 스티브 포티걸 - '사용자 인터뷰'

인터뷰 진행 능력은 유저 리서처의 핵심 역량이다. 숙련된 유저 리서처라면 생전 처음 보는 사용자와 빠르게 친밀감을 형성하고, 정보 전달 과정에서의 편향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정확한 질문을 제시하여, 한정된 시간 안에 원하는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인터뷰 진행 능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능력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 단련되는 전문 기술이다. 사용자 인터뷰는 단순히 두 사람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오른쪽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같이 표면적으로는 "네"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이지만, 전문 리서처의 머릿속에는 응답자의 답변을 듣고 그 질문의 의미와 어떤 추가 질문을 던질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사용자 인터뷰의 본질은, 대화를 통한 의견 수집이고, 그 본질은 숙련된 리서처가 아니라도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중요한 개념만 숙지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요구되지만,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는 다음 4가지이다. 


1. 단답형 질문하지 않기

2. 최대한 실제 행태 기반의 질문하기

3. 비교를 강제하는 질문하기

4. 인터뷰 흐름을 컨트롤하기


이 4가지 요소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먼저 가상의 인터뷰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진행자 : 혹시 최근에 저희 서비스에서 진행했던 프로모션 보신 적 있나요?
참여자 : 네
진행자 : 아, 보셨군요, 좋네요 하하
참여자 : 네..
진행자 : 음.. 그러면 그 프로모션으로 상품을 구입할 것 같으세요?
참여자 : 아니요
진행자 : 아, 왜 저희의 프로모션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으세요?
참여자 : 음.. 잘 모르겠는데 그냥 잘 안 땡겼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아 그러시군요.. 잘 알겠습니다.
참여자 : 네, 아 근데 저 궁금한 게 있었어요. 상품을 구매하면 쿠팡처럼 하루 만에 오는 로켓 배송 같은 거는 없나요? 솔직히 요즘 거의 다 당일배송에 익숙하니까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여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만이었던 점이 배송에 대한 부분이었거든요. 배송이 좀 느리기도 하고.. 아! 그리고 택배 기사님이 가끔씩 물건을 좀 막 다루시는 것 같아요. 상자가 찌그러져있던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부분을 가지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었는데, 거기서도 배송 관련 사항은 택배사 소관이라고 하면서 뭔가 명쾌한 답변을 주지는 못했었어요. 사실 아시다시피 요즘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만족하냐 마냐가 갈리잖아요. 주저리주저리...


자, 과연 사용자와 위와 같은 흐름으로 인터뷰가 진행이 되었다면, 충분한 인사이트를 확보했다고 보이는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앞서 정리한 4가지 핵심 개념을 적용하여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1. 단답형 질문하지 않기


단답형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모수가 많은 정량조사였다면, 단답형 질문도 전체의 경향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정성 인터뷰는 다르다. 유저 인터뷰의 가장 큰 강점은 사용자가 특정 행동을 하는지/안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그 행동을 왜, 어떤 이유로, 어떤 맥락에서 수행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질문에 대해서 '왜 그런 답변을 했는지'를 물어보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진행자 : 혹시 최근에 저희 서비스에서 진행했던 프로모션 보신 적 있나요?

참여자 : 네

진행자 : 아, 보셨군요, 그럼 보셨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하셨었나요? 

참여자 : 음, 클릭해보고 내용을 한번 살펴봤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군요, 그냥 지나칠 수 도 있었는데, 왜 굳이 클릭해보셨었나요? 특별히 관심 가는 대목이라도 있으셨나요?

참여자 : 음.. 제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아이 관련 상품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 뭔가 아이가 재밌게 놀고 있는 이미지가 좀 눈에 띄어서 한번 들어가서 살펴봤던 것 같아요.

진행자 : 네 그렇군요 잘 알겠습디다. (이번에 집행했던 프로모션 배너에 임산부를 타겟해서 아이 이미지를 부각하기로 했던 전략이 좀 받아들여지는 것 같군. 마케팅 팀에게 이 내용 전달해야겠다)


실제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설계해 놓은 질문들이 단답형 답변을 유도하는것은 아닌지, 미리 한번 점검해보고 만약 그러하다면 질문의 형태를 다시 구상해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최대한 실제 행태 기반의 질문하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만약"으로 시작하는 질문들은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가격이 낮아진다면 구매할 의사가 있나요?", 또는 "만약 이러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사용할 의향이 있으세요?"와 같은 질문을 들으면 사용자들은 인지적 구두쇠가 발동되어 그 '만약'의 상황을 굳이 구체화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네, ' 또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식으로 답변을 할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가상의 상황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들이 경험했던 상황을 상기시킨 후 그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접근이다. 아래 시나리오에서 질문들을 잘 살펴보면 모두 실제 과거 경험에 집중된 질문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진행자 : 음.. 그러면 그 프로모션으로 상품을 구입할 것 같으세요?  평소에 애기용품 구매는 어떻게 하는 편이세요?

참여자 : 베이비페어에 가서 구입을 하거나, 급한 거 아니면 쿠ㅍ에서 빠르게 구입하는 편이에요.

진행자 : 아, 그러면 쿠ㅍ에서 구입을 하실 때, 프로모션 상품을 통해 구입해 본 경우도 있으세요?

참여자 : 네, 지난주쯤에 분유를 2+1 프로모션을 했어서 그 프로모션으로 구매를 했던 경험이 있어요. 

진행자 : (좋아, 조건이 적절하다면 프로모션을 통한 구매 전환이 가능한 사용자구나) 그러면 당시 클릭하셨던 저희의 프로모션을 통해서 구매까지 하셨었나요?

참여자 : 아니요, 클릭해서 보다가, 구매는 안 하고 그냥 나왔어요.



3. 비교 평가를 유도하는 질문하기

비교 평가를 유도하는 것은 굉장히 유용한 질문 방법이다. 비교 대상에 대한 명확한 경험이 있다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장/단점, 이유 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답변하는 사람이 그 질문의 맥락이나 의도에 대해서 모호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질문이다. 가령


"아이폰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사용자는 온갖 다양한 맥락을 떠올리게 된다. 


'아이폰의 어떤 점? 통화품질? 카메라? 내가 평소에 아이폰을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가?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오히려 가격이 비싸서 부담됬었는데?' 


앞서 말했듯, 질문자의 의도와 맥락을 내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아마 다음과 같이 대답할 확률이 높다


"그냥 깔끔하고 편리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비교 대상을 상정하면 조금 더 명확한 맥락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지금 쓰시던 폰 전에는 무슨 폰을 쓰셨나요?"

"갤럭시요"

"아, 그럼 갤럭시를 썼을 때랑 지금 아이폰을 써보셨을 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어떤 건가요?"

"음 제가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고 노트북을 맥북을 주로 쓰는데, 아이폰이 뭔가 노트북이랑 연결성이 갤럭시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이 기법을 똑같이 우리의 가상의 시나리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참여자 : 아니요, 클릭해서 보다가, 구매는 안 하고 그냥 나왔어요.

진행자 : (흠, 분명 지난주에는 프로모션을 통해서 상품 구입을 했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근본적으로 프로모션을 거절하는 사람은 아니고. 뭔가 우리 프로모션에서 확 잡아끄는 요소가 부족했던 건가?!) 음, 지난주에 구매했던 프로모션이랑 저희의 프로모션을 비교해보셨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참여자 : 아, 지난번 프로모션은 2+1이었는데, 여기서 본 프로모션은 10% 할인이더라고요. 근데 분유는 많이 쟁여둬야 해서 2+1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었어요.

진행자 : 아 그러시군요 (관심 유발을 통해 유입까지는 성공했지만 핵심 가치 전달이 약해서 전환까지 가지 않고 이탈해버린 모양이다) 



4. 인터뷰 흐름을 컨트롤하기


사용자 인터뷰는 사용자의 민원을 수집하는 창구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우리가 사용자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파악하는 일방향적 성격의 작업이다. 물론 중간중간 궁금한 점이나 질문과 상관없는 의견들을 수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해지는 것 같아지면 단호하게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사전에 인터뷰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 것이기에, 정중하게만 얘기를 한다면 일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참여자 : 네, 아 근데 저 궁금한 게 있었어요. 상품을 구매하면 쿠팡처럼 하루 만에 오는 로켓 배송 같은 거는 없나요? 솔직히 요즘 거의 다 당일배송에 익숙하니까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여기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만이었던 점이 배송에 대한 부분이었거든요. 배송이 좀 느리기도 하고.. 아! 그리고 택배 기사님이 가끔씩 물건을 좀 막 다루시는 것 같아요. 상자가 찌그러져있던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부분을 가지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었는데, 거기서도 배송 관련 사항은 택배사 소관이라고 하면서 뭔가 명쾌한 답변을 주지는 못했었어요. 사실 아시다시피 요즘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 소비자들이 만족하냐 마냐가 갈리잖아요. 주저리주저리...

진행자 : 아 그러셨군요, 제가 안 그래도 인터뷰 말미에 서비스 이용하시면서 불편했던 의견들을 말씀하시는 섹션을 준비했습니다. 괜찮으시면 우선 제가 준비한 질문 먼저 다 여쭤본 다음에 이야기를 좀 더 듣도록 하겠습니다 ^^

참여자 : 아 네네 알겠습니다.




실전에서의 사용자 인터뷰는 온갖 변수 투성이다. 참여자가 인터뷰 5분 전에 취소를 할 수도 있고, 극도로 내성적이거나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서 두 문장 이상의 답변을 이끌어내는데 엄청나게 진땀을 흘릴 수도 있다. 역정을 내는 사용자도 있고 인터뷰 중간에 인터넷이 끊겨서 보여줘야 되는 자료를 못 보여주는 상황도 있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여러대 설치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카메라 촬영을 불편해해서 거부하는 사용자의 마음을 설득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노트북과 카메라가 동원되는 조사일수록 세팅에 대한 신경을 특히 많이 써야 한다

성공적인 사용자 조사를 한다는 것은 이 모든 변수들에 대해서 빠르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조사 목적에 대한 인사이트를 발굴하기 위한 능숙한 인터뷰 진행, 그리고 편향 없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품질의 조사 결과를 원한다면, 숙련된 유저 리서처와 함께 일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만약 조직 내에, 그리고 주변에 전문 유저 리서처가 없다면, 이 글에서 제시한 4가지 핵심 포인트만 곰곰이 되새기며 사용자 인터뷰를 준비한다면, 훨씬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1) - 조사 설계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2) - 사용자 모집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3) - 인터뷰 진행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4) - 조사 결과 분석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完) - 조사 결과 전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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