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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searChurry Dec 28. 2020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完) - 조사 결과 전파하기

사용자 조사, 이것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리서처로 일할 당시, 여러 차례에 걸쳐 조사 결과에 대한 PT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대부분 조사 결과 보고서를 이메일로 송부하면 그렇게 프로젝트가 마무리가 되지만, 간혹 클라이언트 회사 내 관련 인원들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에 대한 PT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에이전시에 있었을 때는, PT라는 것은 마냥 부담스럽기만 한 자리였다. 대부분 배석하는 인원들은 임원급인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도메인 지식을 뛰어넘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질타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PT를 진행하곤 했었다.


사실 에이전시에서 진행하는 조사는 더 무게가 있기 마련이다. 인하우스처럼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한다기보다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한 번의 시도로 최상급의 결과를 뽑아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PT에서 공유되는 내용은 완벽하고, 틀림이 없어야 한다는 기대치가 존재한다. 일종의 지식 경합 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조성이 된다. 


그런 완벽성을 추구해야 하는 분위기에 적응되어 있다가, 인하우스로 들어오면서 사용자 조사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조사 수행과 결과 도출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조사 결과를 대하는 관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에이전시에서 조사 결과에 대한 오너십은 클라이언트에게 있는 반면, 인하우스에서 조사 결과에 대한 오너십은 리서처 본인이 가진다. 그리고 그 오너십은 궁극적으로 제품, 디자인팀, 더 나아가 회사 차원의 목표와 일치되어야 한다. 조사 한번 수행했다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민하던 문제가 속시원히 뻥 뚫릴 수는 없다. 인하우스에서의 조사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사용자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며, 그것은 절대 단기간에, 한두 개의 조사로 달성될 수 없다. 


이러한 맥락 때문에, 인하우스에서 좀 더 협업 중심적인 조사 결과 공유가 바람직한 접근으로 여겨진다. 사용자들로부터 직접 수집된 의견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모습이 반영되는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현장 모두를 대변하는 의견도 아니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즉, 조사 결과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점을 견지하여 보완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다음 3가지 효과가 발생한다.


1. 조사 결과와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보유한 모든 사용자를 만나서 도출된 결론이 아닌 이상, 모든 사용자 조사에는 모수의 한계가 존재한다. 분명 조사 결과랑 다른 사용자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팀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조사 외 의견들이 제시되었을 때, 그것이 조사 결과를 폄하하거나 그 입지를 흔드는 것으로 인식하는 리서처와 협업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 

2. 추가적의 논의를 통해 더 견고한, 그리고 관계자의 합의가 이루어진 조사 결과로 진화한다

조사 외 의견을 듣고 그것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은 결국 설득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왜 이번 조사의 결과가 상대방의 의견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유효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득이 된다면, 훨씬 더 건설적인 구성원들 간의 Align이 이루어질 수 있다. 

3.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식별할 수 있게 되어, 추가적인 조사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상호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은 애매한 지점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지점을 명확히 만들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조사를 수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진다. 


위 3가지 요소를 숙지하고 나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사 결과를 전파할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생각보다 사용자 조사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관심이 높지 않은 이유가 정말 무관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현안에 더 몰두하느라 신경을 못 쓰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런 전제가 바탕이 된다면, 리서처는 "어떻게 하면 조사 결과를 최대한 흥미롭고 쉽게 전파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 조사 결과를 티저 형태로 전체 공유하기

사용자 조사 결과는 정확한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또 하나의 텍스트로 가득 찬 읽을거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대한 쉽고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여 전체 채팅으로 공유한 후,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칭찬은 리서처를 춤추게 한다!


실제로, 어느 날 조사 내용이 유익했다는 메시지를 받았었는데, 평소에 한 번도 소통을 해볼 기회가 없던 개발부서 팀원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전체 채팅으로 공유를 함으로써 조사 내용이 적절히 전파되었음을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2. 조사 결과를 낭독하기보단, 스토리텔링 하기

이렇게 문서로만 조사 결과를 공유하기엔, 리서처가 현장에서 느꼈던 사용자의 감정이나, 중요한 디테일에 대한 강조를 놓칠 수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조사의 경우, 관련 팀원들과 별도의 회의체를 통해 조사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흔히 범하게 되는 아쉬운 실수가 바로 스크린에 조사 결과를 띄워놓고 그 내용을 읊조리는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다. 음.. 이렇게 대독을 해주는 역할로 끝나기엔, 리서쳐는 직접 사용자와 접촉하며 얻은 무수한 현장의 기억들이 있다. 

따라서, 조사 결과를 프레젠테이션 할 때는 아무것도 스크린에 띄워 놓지 않아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 리서처 본인이 사전에 조사 결과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정확한 수치와, 사용자의 VOC를 정확하게 인용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달달 외우라는 것이 아니다. 대신, 친한 친구에게 어제 기분이 상한 다른 친구의 사정을 설명해주듯 조사 결과를 공유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팀원들에게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칭찬은 리서처를 춤추게 한다 x2!


3. 신규 입사자 온보딩 때 사용자 조사 내용 전달하기

실무자들은 항상 바쁘고, 자기의 업무에 몰두해 있기 마련이다. 조사 결과를 듣기 위해 매번 소집되는 미팅에 불려 다니고 하는 것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담이 최소화되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신규 입사자 온보딩 기간이다. 어차피 아직 본격적인 실무에 투입되기 전이라 맡은 업무도 별로 없고, 또 새로운 회사인 만큼 해당 도메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사용자 인사이트 공유를 하는 OT 세션을 마련하여, 신규 입사자들에게 축적된 조사 내용을 공유해주고 라포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온보딩 OT인 만큼 서로가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하면 된다!




마치며 - 사용자 조사의 궁극적인 의미

5개의 블로그에 걸쳐 사용자 조사를 수행하는 프로세스에 대해서 심도 있게 알아보았다. 내가 실제로 현업에서 따르고 있는 방식을 최대한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이런 수고를 들여 사용자 조사를 하는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하게 정리하면 공감대 형성을 통한 당위성 제시가 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와 공감대가 형성되면 무엇을 개발하고 개선할지가 너무나도 확실해진다. 그리고 그 확신은 곧 팀원들에게 해당 기능의 필요성을 설득할 때 가장 효과적인 당위성의 원천이 된다.  


이 공감대를 통한 당위성이 없으면 '왜 우리가 이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설파할 수 밖에 없지만,

사용자 조사를 수행하고 나면, "왜 사용자들에게 이 기능이 필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끝-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1) - 조사 설계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2) - 사용자 모집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3) - 인터뷰 진행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4) - 조사 결과 분석하기

사용자 조사를 해보자 (完) - 조사 결과 전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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