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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빌리 Feb 04. 2022

뚜벅뚜벅

드라이브 마이카

하기의 글은 일정 부분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 드라이브 마이카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린 와이프. 와이프가 죽고 나서도 그 관계에서 쌓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마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남자. 연극 연출자로서는 기능할 수 있지만 배우로는 무대에 서지 못하는

그런 그가 지방의 연극제 연출 담당 일을 맡으며 과묵한 여자 드라이버를 만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  연극제 캐스팅에 참여한 와이프가 알던 다른 젊은 남자 배우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의 깊은 상처; 유년기에 죽어버린 아이, 본인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남자와의 육체관계를 찾는 모순적인 와이프의 사랑/와 과묵한 드라이버의 상처; 유년기의 엄마의 폭력과 정신분열, 이 드러난다.

그들의 쉬이 아물기 힘든 깊은 상처는 삶의 무게를 더하며 더없이 지친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그런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남자가 연출하는 연극 바냐 아저씨에서 소냐의 대사(극 중 묵음의 수화로 전달되어 그 깊이를 더한다)를 통해 전해진다. 우리에게 보내진 시련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도 살아내야 된다는...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 드라이버의 고향에 도달해 서로의 상처를 진심 어리게 이해하고 나누는 잔잔한 포옹. 상처받은 인간에게 건넬 수 있는 진심 어린 위로는 힘들기만 한 한 걸음을 내딛을 상대의 뒤에서 보내는 지지의 눈빛과 첨언이 필요 없는 따스한 포옹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에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었다.

#. 소백산을 오르며

  구정 연휴 마지막 날, 그날도 생각을 비우려 발을 움직였다.  산행이 시작된 지 30분이 채 안됐을 무렵 갑자기 허리 우측 하부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략 6-7시간이 예상되는 산행에서 초반부터 통증이 와서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되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되돌아간다 해도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 순탄친 않을 터였다.  하릴없이 통증을 참고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문득 또다시 개똥철학이 스민다. 산다는 게 어차피 이런 거 아닐까. 아픈 곳 없이 성한 걸음으로 하루를 사는 날들보다 어딘가 찢기고 멍든 채로 각자의 상처와 그로 인한 통증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

오늘도 뚜벅뚜벅... 걷다 보면 통증은 적응이 되어 무뎌지고 이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는 순간도 하산길에 콧노래를 부르는 순간도 찾아옴을 혼자 산에 오르며 조금씩 체감해 간다.


각자의 상처와 통증은 제 몫으로 오늘도 뚜벅뚜벅 걸음을 내딛는 이들을, 나를

진심을 다해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은 밤이다

(쓰다보니 시간이 늦어 점점 새벽감성이 믹스되니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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