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Naoshima, 直島)_6
이번 여정에서 이누지마(犬島)를 방문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누지마 역시 구리제련소를 미술관으로 재생한 세이렌쇼 미술관(犬島精錬所美術館)과 이에(家) 프로젝트 등 흥미를 끄는 섬이었지만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어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다행히 나오시마와 데시마에서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지만 그래도 팍팍한 일정이었다.
세토우치 일대의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한 여러 섬들을 '예술의 섬'으로 만든 것은 어떤 것인가? 물론 이에(家) 프로젝트나 미술관등 건축물도 큰 몫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재미거리인 점점이 흩어져 있는 오브제의 역할이 크다.
우노항에서 촉박한 뱃시간과 빗속을 달리느라 놓쳤던 우노의 감성돔(宇野のチヌ), 나오시마 선착장에서 나오시마의 시작을 알려줬던, 그리고 베네세 하우스의 초입에 자리잡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호박, 늦은 시간 불이 밝혀지면 하얀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후지모토 소우(藤本壮介)의 Naoshima Pavilion, 혼무라에서 만난 SANAA의 구름모양을 한 나오시마 페리 터미널과 오브제들은 건물과 미술관 중심의 예술 관람과 정서를 벗어났다.
그리고 다른 매력은 이렇게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작은 예술 오브제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서 얘기 되었던 아키모토 유지(秋元雄史,1955生)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5년간 베네세(Benesse Corporation)재단에 몸 담았던 그는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하는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Benesse Art Site Naoshima)의 예술감독으로 이 곳의 기틀을 마련했다.
컨셉은 어렵지 않았다. 흔히 가볍게 얘기되던 소통이다. 물론 이런 견해는 개인적인 소견이다. 그리고 모든 예술작품들이 가져야하는 보편적인 컨셉이다. 하지만 그는 산책하 듯 가볍게 작품을 접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하였고, 건축과 현대 예술이 잘 어우러 지며 체감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이런 오브제들은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딱딱한 작품이 아니다. 기대어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직접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으며, 용도를 가진 건축물과 같은 것들도 있다. 이런 제안과 시도가 작은 섬들을 '예술의 섬'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것들을 보기 위해서 배를 타고 이곳을 찾고 있다.
이제 미술관 하나가 남았다. 자전거를 타고 완전히 산을 넘어왔다. 산을 넘느라 내 허벅지는 묵직해졌고, 자전거를 세워 두고 걸어가야 할 거리를 보니 첫 발을 옮기기도 전에 지친다. 일부러 불어오는 바람을 쐬러 백사장을 따라 걷다 호텔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넓은 대지에는 카렐아펠(Karel Appel,1921-2006)의 '개구리와 고양이(1990)', 니키 드 생 팔(Niki de Saint Phalle,1930-2002)의 '대화','낙타','코끼리','고양이(1991)','의자(1989)' 등의 작품이 있다.
멀리서 호텔 무리들을 바라보고 그냥 흘러가듯 그곳을 지나간다. 1992년에 개관한 미술관과 호텔은 안도다다오의 작업이다. 후쿠다케 데츠히코(福武哲彦)와 미야케지카쓰쿠(三宅親連) 촌장이 꿈꿔왔던 나오시마의 꿈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Benesse House Museum)이 오픈하면서 본격화 된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또한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과 다르지 않다. 항공사진으로 확인해야 그 모습을 대충 이해할 수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한 미술관은 입구에 들어서기 까지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다른 두 미술관 보다 먼저 계획이 되었으므로 그 원형적인 개념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에 충실한 미술관은 대비되는 다른 재료를 입혔다. 이전 두 미술관이 거대한 콘크리트의 과함이 넘쳐났다면 거친 돌을 붙여놓은 사각의 긴 덩어리 덕분에 부담감을 줄인다. 완벽한 콘크리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안도의 전형이라 하지만 오히려 이질재를 붙여놓은 이곳이 더 이유없이 와닿는다.
이제 나오시마를 떠난다. 미야노우라항에서 19:15분 쾌속정으로 다카마츠항(高松港)으로 가게 된다. 해는 저물고 미야노우라항 선착장에서 밝은 빛이 천장에 묻어나오기 시작한다. 여전히 차갑다. 무거운 봇짐을 선착장 락커에 잠시 넣어 두었다. 행여나 락커에 넣은 동전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고민을 했지만 설마하는 생각에 의심을 접어두고는 100여미터 거리에 있는 후지모토 소우(藤本壮介)의 Naoshima Pavilion을 잠시 둘러봤다.
역시나 동전을 돌려 주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는 돌려주는데. 10여분 편하자고 500엔을 날렸다. 역시 공짜란 없다.
한국에서도 재생에 관련한 논의 들이 많이 이루어 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느 곳 할 것없이 필요한 일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나 정부 주도형이 많다보니 잡음이 많다. 그럴수 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모든 걸 사업이라는 자본의 이름으로 접근을 한다면 고쳐야 할 것같다. 정부지원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지원의 개념이지 더 이상의 관여는 오히려 재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구라시키미관지구 (倉敷美観地区)와 나오시마(直島)일대의 재생은 한국에서 하고자 하는 사례와는 다른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개별 재생이 도시 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것 같다. 모든걸 한꺼번에 이루려는 생각은 그 발상부터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