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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Jun 05. 2020

자기가 보면 행복해서 웃었을 텐데

소소한 일상의 빈자리

출장을 다녀왔다. 지리산의 어디 어디쯤을 다녔다.  나중에 애들이랑 같이 와볼까 하는 생각의 끝자락에 남편이 매달려있다. 남편이 있었다면 같이 갈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갔을 텐데 이제 우린 함께 다닐 수가 없다. 편하고 즐거운 출장길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으로 길이 길고 길다. 존경하는 분과 함께 이야가를 나누며 돌아오는 길에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휙휙 지나치는 풍경들 속에 당신은 왜 여기에 없지, 왜 벌써 하늘에 있지 하고 마음이 저려진다.


막내가 신비아파트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며칠 전시즌 마지막 회에 나오는 노래들을 따라 하며 "한걸음 두 걸음"하가사에 맞추어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걸어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너무 귀여워서 나와 딸들이 한껏 웃었다. 고개를 돌리면 웃는 남편의 얼굴이 있을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웃어도 남편이 없다. 같이 웃으며 "아유 너무 귀여워 " 했을텐데... 우리들의 행복한 웃음이 헛헛하다. 웃음의 끝자락에 남편이 매달려 있다.


이렇게 행복한 일상에 남편이  없다. 이런 순간들에 그가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서 행복한 그 순간이 늘 서글프게 마무리된다. 나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도, 날마다 용기를 내고 있는데도, 행복하고 감사한 날들이 많은데도  하늘에서 보고 있을 거야 하는 생각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상하기도 하지...


며칠 전에는 꿈속에서 남편을 찾아 헤맸다. 자면서도 이렇게 해도 남편이 찾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했는데도 남편을 찾겠다고 헤매다가 나무로 된 상자를 열었다. 남편은 하늘에 있다고 꿈에서도 되뇌었다. 가위에 눌렸다.  딸아이가 괜찮냐며 나를 깨웠다. 꿈에서도 기뻐도 행복해도 즐거워도 간직하고 싶은 그 순간들에 늘 남편이 없다는 사실이 그 순간들의 마침표 된다.


마당에 꽃들이 피어난. 제대로 된  정원이 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리겠지만 지난해 남편을 추억하며 정원 만들기를 시작했다. 꽃이 피고, 벌이 날고, 나비가 찾아오겠지. 그리고 나비의 날갯짓에, 꽃들을 일렁이는 바람에 나는 또 남편을 생각하게 될 터이다. 마음의 꽃비처럼  남편 생각이 내린다. 그립다. 소소한 일상이 평안하고 좋아서 마음이 아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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