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남편을 좋아하던 2015년의 기억.
밤을 가로지르는 시간이 유독 일직선으로 길게 길게만느껴지는 날이 있다. 오늘과 그 이후로만 딱 나뉘어 끝없이 흐를것만 같은 막막한 밤엔 마치 오늘이 세상의 끝인 냥 이 밤을 쉬이 보내면 크게 후회 할거 같은 소심함이 문득이 움튼다.
그럴때면 몇년 전 겨울에 낙원상가 한 구석에서 골라잡았던 기타를 하릴없이 붙잡고 뚱까뚱까 퉁퉁 텅텅 투르르 뚜로로 - 그저 두텁고 깊은 울림을 내어보려 여섯줄의 현을 가만히 가만히 쓸어본다. 처음 이 기타를 잡았던, 이미 낡은 겨울이 되어버린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 때의 야심찼던 목표들이 생각나고, 종종 자주 어울렸던 사람들과의 평범했던 대화들이 복스럽게 통통 거렸던 나의 이십대와 함께 몽글거리며 떠올랐다.
두둥 두둥 작은 방을 울리는 기타 소리를 뒤로 활짝 열어놓은 창 밖의 귀뚜라미가 박자를 맞추듯 귀뚤 귀뚤 울어댄다. 가을밤 귀뚜라미의 소리만큼 청량하고 가슴 설레게 하는게 또 있을까 싶다. 불 끄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귀뚜라미 소리에 쉬이 잠들지 못한 밤들이 많다. 창문을 두드리며 속삭이듯 귀뚤거리는 저 신호에 나만 깨어있는게 아닐텐데, 나만 고단히 지친 눈을 비비며 이 밤을 붙잡고 아쉬워 하는게 아닐텐데_ 하며 밤을 떠다니는 호롱불같은 마음의 친구들을 헤아린다. 손가락 끝으로만 톡톡 말 거는것 말고, 뜬금없이 전화해서 수화기 너머로 지친 목소리 숨기지 않은채 마음을 탁 - 놓고 두런두런 얘기하고 싶은 밤이다. 실 없는 얘기에 실 없이 깔깔 거리다 내 기타소리 한번 들어볼래? 하며 말도 안되는 허세도 부려보고 싶은 밤. 내가 무슨 얘길해도 편안하게 웃어주는 목소리와 토닥이는 손짓들이 내내 그리웠나보다. 가을이 되자마자 마음이 이렇게 들썩거리며 외로움을 타는걸 보면.
아마 한동안은, 새벽 공기가 너무도 차가워 못내 창을 닫아야 하는 늦가을이 오기 전까진 오늘과 내일의 경계에서 마지막 날을 사는 마음으로 밤을 이렇게 여러고민들로 채우고 비우고 또 채워넣겠지. 이젠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할 시간이네. 오늘의 고민들은 내일 밤으로 슬쩍 미뤄두고 꿈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내내 생각해야지. 마음 떨리는 밤이 계속 되길
마음에 사랑과 기쁨과 어려움과 피로함이 옹골지게 가득찬 밤. 이만 안뇽.
낼은 기타 코드를 다시 연습해보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