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 40살을 맞이한다. 그간의 연애는 평생의 인연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끝났다.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린 시절에는 과분한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정말 나를 위해준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용기 내서 다시 기회를 요청했을 때, 그는 다음 챕터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다음에 만나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사랑을 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도 끝이 났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애초의 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시작한 나에 대한 후회, 미련도 없었다. 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마음을 다한 연애 후, 나는 사랑을 기다렸다. 하지만 연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들어오는 소개팅도 없어지고(이젠 제로에 가깝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질적으로도 나의 성에 차지 않았다. 알고 보니 유흥을 하는 남자였다든지, 거짓말쟁이였다든지. 자기 고집이 너무 센 사람이었다든지. 예전 같으면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 소개팅에 나오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도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먼저 노력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를 만나기는 힘드니까. 해서, 지난해 필자는 '프립', '문토'와 같은 경험 체험 플랫폼에서 '직장인 와인미팅', '직장인 커피 소개팅'등에 참여해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러한 다대다 소개팅, 미팅 프로그램은 수요자(고객)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급자(비즈니스 오너)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다대다 직장인 와인 미팅, 소개팅은 여자는 보통 2-3만 원, 남자는 3-5만 원의 참가비를 받는다. 2시간 동안 4개의 테이블에서 3:3으로 남녀가 약 20분 동안, 총 4개의 테이블에서 알아볼 기회를 갖는다. 8:8로 모집하고, 1:1로 15분 동안 이야기를 하는 소개팅 프로그램도 있다. 프립에서 3~4개의 프로그램을 참가한 후, 내가 이성을 만나기 위해 쓴 돈(참가비)이 얼마인지 보니, 15만 원이 훌쩍 넘었다. 3만 원짜리 프로그램 5개를 참가했는데, 성과는 없었다.
사실 이러한 다대다 소개팅 미팅에서 나의 mr.right, ms.right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1)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8명~20명 중 한 명만 나의 이상형이거나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 되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어필해야 하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흐른다. 일반적으로 자기를 소개할 때, 나이, 직업, 취미, 이상형 등을 짧은 시간 안에 우다다다 말하는데, 그 사람을 진지하게 알아갈 수 없이 '키워드'와 '외모'에 의존해서 판단해야 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2) 모임에서 이성적으로 서로 탐색하는 과정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나이 들고 늦어버린 거,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랑은 굳이 맞춰가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에 대화가 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뒤돌아섰다.
즉, 애초에 짧은 시간에 진지한 대화가 오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람을 진지하게 알아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남의 기회는 주지만, 만남에서 연으로 이어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대부분의 직장인 소개팅 미팅은 현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실제 현커비율은 매우 떨어진다. 이미 짧은 시간에 1분 자기소개처럼 나에 대한 모든 걸 말한 상태여서, 호기심이 사라지니 현실커플로 되기는 매우 어렵다.
3) 진지한 만남을 위해 노력하는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이 이런 프로그램에 찾아오지만, 사실 현실은 여러 명을 한 번에 만나고 싶고, 그중에서 골라서 자신의 인연을 찾고 싶은 사람들(여미새, 남미새일 확률이 높음)에게 좋은 구조다. 5개의 프로그램을 참가해 보니, A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사람을 B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직장인 와인 소개팅, 미팅도 나름 '시장'이 형성되었고, 주야장천 이런 소개팅 프로그램을 통해 이성을 한 번에 여러 명 만나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내가 추구하는 '결혼을 전제한 진지한 만남'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갔었던 와인 미팅 모임이 끝나고 (그날 역시, 나의 마음에 드는 사람, 나와 대화가 되는 사람이 없었다.) 현타가 제대로 왔다. 그동안 쓴 참가비가 아까웠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호스트에게 물었다.
“매니저님, 혹시 알바 모집하시나요? 저도 이거 운영해보고 싶어서요."
그렇게 나는 trial을 거치고(나 또한 이런 프로그램 진행이 나와 맞는가 궁금했다. 결론적으로는 또 너무 잘했다.) 지난 3월부터 다대다 직장인 와인 소개팅/미팅 모임의 진행을 하며 부업을 하고 있다.
오는 9월까지 매주 진행자로, 약 30회를 진행하면서, 나는 짝을 찾지 못했지만 그들은 꼭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응원하며 매주 모임을 진행한다. 매주 24명씩, 벌써 500명 이상의 미혼남녀의 짝 찾기를 도와드리는 서포터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100여 커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현커까지는 모르겠다.
인간의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애정의 욕구(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사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팔며 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이며, 그렇게 6개월 동안 매주 입금되는 쏠쏠한 부업비(알바비)로는 미국 주식을 샀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xoxo, Ka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