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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용 Mar 11. 2021

베이컨-케이퍼 파스타

작은 그릇에 담아보는 소소한 상상.

"쉽고 간단히 집에서  먹을  있는 요리  알려주세요."


사실 요리사는 쉽고 간단한 요리보다는 '돈을 주고 사 먹는' 요리, 그래서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간단한 요리는 그때그때 냉장고의 재료를 보고 만드는, 딱히 레시피가 없는 요리이기에, 대답하기 앞서 살짝 멈칫하게 된다.


쉽고 간단한 레시피를 갖고 있진 않지만, 그런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요리를 해보겠다는 그분들의 각오(?)가 사라지지 않기를, 요리가 생존 요리를 넘어 즐거운 일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목금토 식탁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종종 드리는 팁인데,


서양 음식에서 맛을 내는 기본 소스는 '기름기가 있는 것', '신 맛을 내는 것', '짠맛을 내는 것'으로 구성된다. '올리브유 (기름), 발사믹 식초 (신맛), 소금 (짠맛)' 이렇게 세 가지를 섞으면 발사믹 드레싱이 완성되고, '달걀노른자, 식용유 (둘 다 기름), 레몬즙이나 식초 (신맛), 소금 (짠맛)'을 잘 섞으면 마요네즈가 된다.


이 공식(?)은 간단한 음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복잡한 재료 없이도 저 세 가지 맛의 균형을 잘 잡기만 하면 꽤 그럴싸한 요리가 나온다.


# 생선을 오븐에 구울 때도, 위에 버터를 바르고 (기름), 레몬 슬라이스와 토마토 (신맛) 를 얹고, 소금/후추로 간을 해서 (짠맛) 허브 한두 가지만 얹어 구우면 멋진 생선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 돼지 안심을 구운 팬에, 버터를 두르고 (기름), 샬롯과 버섯을 볶다가 사워크림 (신맛) 을 조금 넣어 섞고, 소금/후추로 간을 맞추면 멋진 버섯 소스를 곁들인 돼지 안심구이 요리도 만들 수 있다.


# 소고기 스튜도 각종 채소 (당근, 셀러리, 양파, 버섯 등) 를 볶다가 (기름), 소고기 (기름) 와 토마토 페이스트 (신맛) 를  넣고 볶은 후, 와인 (신맛) 과 물을 넣고 두 시간 정도 끓여 간을 맞추면 (짠맛) 완성이다.


# 김치볶음밥도 잘 생각해 보면 식용유 (기름) 에 김치 (신맛과 짠맛) 를 볶다가 밥을 넣고 볶는!!! 바로 이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음식이다.


내 성향이 공식이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레시피를 분해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분해는 응용할 수 있는 영역을 분명하게 해 준다. 기름을 올리브유로 버터로 혹은 고기나 생선을 요리하면서 나오는 기름으로 바꿔보고, 신맛도 식초에서 레몬즙, 사과, 토마토, 동치미 국물 등으로 바꿔보고, 짠맛은 소금뿐 아니라 올리브, 각종 피클로 바꿀 수도, 우리의 간장, 된장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한 번 요리하면 거기서 끝나는 레시피가 아니라, 계속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맛을 내는 법을 생각해본다는 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맛에 '상상'이라는 양념을 더하는 것, 익숙한 범위를 살짝 넘어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설렘, 기쁨, 작은 성취감. 멀리 여행을 떠날 때 느끼던 그 마음을 내가 만든 간단한 음식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며, 오늘도 소소한 상상을 작은 그릇에 담아본다.




베이컨-케이퍼 파스타

(*베이컨이 기름과 짠맛을, 케이퍼가 신맛과 짠맛을 내며 맛의 균형을 이루는 파스타입니다.)


1인 분 / 10분


재료

파스타 (링귀니 혹은 스파게티) 70g

베이컨 한 줄, 작게 자른 것

케이퍼 1 Tbsp

마늘 한 쪽, 편으로 썬 것

올리브유 1 Tbsp

루꼴라 (혹은 시금치) 한 줌

소금/후추




조리법


달궈지지 않은 팬에 작게 자른 베이컨을 겹치지 않게 올리고 팬을 약한 불에서 달구기 시작합니다. 베이컨을 낮은 불에서 익혀야 타지 않고 기름기가 쫙 빠져요. 베이컨의 기름기가 빠지고 바삭해졌다 싶으면 자른 마늘과 케이퍼를 넣습니다. 계속 약한 불에서 따로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베이컨의 기름으로 충분히 마늘과 케이퍼를 익힐 수 있어요. 마늘 향이 올라오면 불을 끄고, 아직 달궈져 있는 팬에 올리브유를 부어서, 올리브유에 베이컨-케이퍼-마늘 향이 배이게 합니다.


요리 팁 한 가지:  재료의 맛을 가둘 때는 (스테이크를 굽는 경우처럼) 센 불에서 빨리 익히고, 재료의 맛을 밖으로 꺼내야 하는 경우는 (스튜나 소스류, 혹은 지금의 베이컨처럼 기름기를 빼야 하는 경우) 낮은 불에서 천천히 익혀주시면 됩니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소금으로 물을 충분히 간을 한 후 (맛을 봤을 때 물이 짜다고 느껴질 정도로 간을 하셔야 해요.) 파스타를 삶아주세요. 파스타면은 종류에 따라 익히는 시간이 다르지만, 대략 6~8분 정도 삶으면 됩니다. 보통 파스타 포장에 익히는 시간이 적혀 있어요.


파스타가 다 삶아지면, 냄비에서 건져 그대로 베이컨과 케이퍼를 볶아 놓은 프라이팬에 넣습니다. 팬을 중간 불에 올리고 파스타를 섞으면서 루꼴라를 함께 넣고 루꼴라의 숨이 죽을 때까지만 살 섞어주세요. 혹시 파스타가 너무 퍽퍽하다 싶으면 파스타 삶은 물을 조금 넣어주세요.


그릇에 예쁘게 담고 위에 후추를 뿌리시면, '베이커-케이퍼 파스타'가 완성입니다.




'기름 - 신맛 - 짠맛'이라는 삼각형에 루꼴라와 마늘의 알싸한 맛이 더해진 베이컨-케이퍼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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