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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Nov 02. 2020

진짜 가을을 만났던 두 번의 여행

한국, 안동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만났던 여행


마침,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이 절정을 달하는 가을이었다. 7년 만에 여행하러 온 안동에서 가을의 정점을 만났다. 그것도 그림 속에 나오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계절을.


버스터미널 역에 마중 나온 친구를 만나 하회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하회마을로 가는 길이어서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같은 정류장에 내렸다. 하회마을로 입장하기 전에 친구가 알아둔 식당에서 밥 먹기로 했는데 예약 손님으로 꽉 차서 다른 곳을 찾았다. 걷다가 우리를 부르는 식당 아주머니의 손길을 따라 근처 다른 식당에 갔다. 간고등어 정식을 먹었는데 밑반찬이 삼삼하게 맛있고 우연히 고른 식당이었지만 참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근처에서 따뜻한 음료 한 잔 테이크 아웃해서 걸으면서 하회마을로 향했다. 표를 구입한 후 3분 정도 셔틀버스를 타고 하회마을로 들어갔다. 


하회마을은 완연한 가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있었다.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고, 그 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잎들이 거리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그 거리를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걸어 다녔다. 소리로 만나는 가을이 괜찮았다. 사이사이 빨간 단풍잎도 있었는데 하나는 주워서 들고 다니는 노트에 끼워 넣었다. 감나무에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주황색 감만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삼신당에 가서 사람들 틈에 소원을 빌다가, 2시에 하는 탈춤공연 시간에 맞춰 산책하며 나왔다. 하회마을에서 탈춤공연을 본다니, 기대되었다.


공연장 15분 전에 왔을 때 그 둥근 무대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해졌다. 아이들의 순수함에 웃음이 나왔다.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공연 시간에 다다랐을 땐 거의 꽉 찬 야외 객석이 되었다. 하회탈, 각시탈, 양반탈 등 인물들이 한 명씩 춤을 추며 나왔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이 공간을 휘어잡는 노련함이 보였다. 탈춤 공연은 외설적이기도 하고, 풍자 요소도 가득하고, 솔직하고 웃기고, 웃프고... 아주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즉석에서 바로 관객 두 명을 데리고 올라와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살면서 처음이라 더 신기했고 새로웠다. 1시간 정도 공연이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회마을을 좀 더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부용대에 올랐다. 부용대로 가기 위해선 나무로 만든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배가 하나뿐이라 재미있었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니 정말 멋졌다. 강, 산, 마을, 나무의 모든 조화로움이 눈앞에 펼쳐져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평화로운 하회마을, 아래에서 보내 위에서 보나 가을을 품고 있는 마을이었다. 온 길을 되돌아 산책하며 입구로 걸어왔다. 버스가 오기까지 세계 탈박물관을 잠깐 둘러보았다. 셔틀버스를 타고 나오며 하회마을과 인사했다.


저녁을 먹으러 안동찜닭골목으로 가기로 했지만, 아직 완전히 해가 지기 전이라 잠시 안동 핑크 뮬리를 보러 갔다. 핑크로 물들어있는 들판에서 노을을 만났다. 한참 인기 있었던 핑크 뮬리를 안동에서 친구랑 봐서 좋았다. 그 사이 밤이 내려앉아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져서 곧장 밥 먹으러 갔다. 안동찜닭골목에서 먹은 저녁은 아주 푸짐했다. 스무 살 때 여행할 때도 이 거리 어딘가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다시 와도 변함없는 거리였다. 시장할 때 먹은 안동찜닭은 아주 맛있었다. 오늘 안동에서 유명한 음식으로 두 끼를 먹었다. 하회마을만 다녀와도 꽉 찬 기분이 드는 하루였다. 가을 만났던 안동 여행, 참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던 여행이었다.




두 번째 가을, 안동 여행


두 번째로 안동을 찾았다. 이번엔 단풍이 지기 전이었다. 아니, 단풍이 조금 들랑 말랑 할 때였다. 1년 만에 만난 우리는 렌트한 차를 가지고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작년에 하회마을을 구경하고, 올해는 도산서원을 가보며 안동을 만날 수 있어 기대되었다.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 드라이브가 시원했다. 도산서원은 산 쪽에 들어서 있는데, 기온 차이가 있어서일까 이 산에 있는 나무에는 조금씩 단풍이 들어가고 있었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의 제자들이 지은 서원이다. 서원은 아담한 크기였고 창문이 많이 나 있어 바람이 슝슝 잘 탄다는 것이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산에 폭 쌓인 것처럼 아늑하게 위치해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강과 산이 한눈에 보이고 시원한 정경이 펼쳐졌다. 여기에서 공부하면 잘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오래된 흔적이 느껴지는 이 곳에서 고요하게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도산서원 오는 길에 보았던 선성 수상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드라이브로 지나가기에는 아쉬웠다. 주차하고 아래로 내려가니 물 가까이를 걸을 수 있는 멋진 길이 나 있었다. 물 위 나무다리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었다. 바다처럼 보이는데 댐에서 나온 물이라고 했다. 선성 수상길은 꽤 길었다. 이 길만 걸어도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뉘엿뉘엿 산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이 길 위로 예쁜 그림자가 지어졌다. 딱 좋은 시간에 걷고 드라이브해서 시내로 왔다. 저녁은 어김없이 안동찜닭. 저번에 갔던 곳과 다른 곳에서 먹었다. 다 먹은 후에, 야경을 보러 월영교에 갔다. 밤의 월영교엔 사람이 많았다. 살짝 바람이 차가웠지만 꿋꿋하게 걸어 다녔다. 음악이 없던 분수쇼는 아주 심심했지만, 이곳 정경은 운치 있었다. 여름날에 오면 더 씩씩하게 밤공기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친구와 조금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혼자서 여행했다. 오전에 안동찜닭골목을 지나니 가게 직원들이 열심히 야채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길을 지나 유명한 빵집을 찾았다. 빵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에 맞게 기다렸다가 빵을 두 개 사수했다. 그리고 걸어서 임청각으로 향했다. 임청각은 독립운동가의 집이고 대대손손 이어져온 집이었다. 여행객이 적어서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았다. 임청각은 아담한 크기였지만 이 공간에 살았던 사람들은 결코 작지 않았다. 아쉽지 않게 둘러본 후 왔던 곳을 걸어서 시내 쪽으로 다시 걸어왔다. 시내를 거닐다가 안동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다. 안동에 사는 친구와 했던 두 번째 여행. 두 번의 가을에 안동을 찾아 즐거웠다. 또다시 안동을 찾게 된다면 그땐 어디를 여행하게 될까. 가보았던 곳을 다시 찾아가게 될 것 같지만 또 한 번 상상해본다.


2018, 아름다운 가을 여행을 안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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