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똥멍청이 (Mon chien Stupide, 2019)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배우 이반 아탈이 연출과 주연을 맡고, 그의 아내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아내 세실 역을, 그들의 친아들 벤 아탈이 아들 라파엘을 연기하는 가족 소동극. 국내 인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샤를로뜨 갱스부르가 출연하고 그녀의 실제 남편과 아들이 극 중 남편과 아들을 연기한 영화라고 정리할 수도 있겠다.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아버지인 세르쥬 갱스부르와 어머니 제인 버킨, 이복 여동생 루 드와이옹까지 포함하면 3대에 걸쳐 프렌치 시크를 대표하는 대단한 가문이다. 물론 갱스부르家 신작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찾아본 이유는 똥멍청이(개)와 영화음악 때문이다.
똥멍청이(극중 이름인데 직역에 가깝다)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 앙리 모헨의 집에 우연히 찾아와 함께 사는 검은 대형견이다. 포스터를 원 숏으로 채우고 있지만 출연 분량은 예상보다 적고 혹시 모를 귀여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 중년남과 동행하는 투 숏은 치명적이다. 나란히 걷고 앉고 자고 먹는 둘의 미장센이 영화의 스토리텔링 이상으로 메시지를 완성한다. 검은 반려견과 함께 사는 요즘의 내 모습과 겹쳐져 심하게 공감하며 영화를 보았다. 화면에 보이는 검은 개에 놀라 짖어대는 레오(우리집 똥멍청이)와 함께.
친애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가 익숙한 곡과 새로운 테마들의 재즈 편곡으로 영화를 채웠다. The Beatles의 'And I Love Her'와 Radiohead의 'Paranoid Android'는 극의 정서를 고양하고, 테마 멜로디는 캐릭터와 시퀀스에 따라 적절히 변주된다. 보편적인 주제임에도 디테일에서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프렌치 코미디인데 멜다우의 익숙한 피아노 터치 덕에 귀에도 눈에도 마음에도 잘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