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강릉구간 (35~36코스 총 22.8km)
(여전히 코로나가 곧 끝날 거라고 믿고 있던 2020년 가을의 초입에 해파랑길을 다녀왔었다. 경황이 없다는 핑계로, 글을 쓰기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너무 오래 정리를 미뤘다. 너무 옛날 일이 되기 전에 사진이라도 기록해두자 싶어서 남긴다. 잘 기록하는 것보다 당분간 기록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내 기억인데 이미 내 기억이 아닌 것 같은 푸른 하늘이다. 35코스는 2020년 9월 중순, 36코스는 10월 초에 다녀왔다.
옥계시장에서 스탬프를 찍고 구름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 혼자 걷기 시작했다. 태풍이 쓸고 간지 얼마 되지 않은 동해안은 곳곳이 위태로워 보였다. 길이 사라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표지판과 나무들이 쓰러져있었다.
태풍 휴우증으로 다니기 위험했던 구간이 많았다. 데크가 무너져서 통제된 길도 있었고 그때는 살아보겠노라며 벽잡고 다니느라 사진이 없다. 지금은 좀 복구되었을까.
36코스는 정동진에서 시작한다. 35코스를 마무리하고 두어 주 뒤에 다시 찾았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하면 바로 36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코스 내내 근사하다. 바다 거나 산이거나 바다가 보이는 등산길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날씨였다.
다른 해파랑길에 비해서 강릉구간은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좋은 곳이다. 바다를 보면서 하는 등산이라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는 장점도 있다. 다른 계절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