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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Dec 26. 2019

집 보러 온 날

오늘 하루 단어 98일차

전세를 내놓은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데 아직 아무도 집을 보러 오지 않아 불안해지던 참이었다.

계약기간 중간에 이사를 하는 거라 우리가 책임지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오늘도 그 생각이 잠시 들어, 만약에 올해를 넘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있었다.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30분 후쯤 집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이 왔단다. 부랴부랴 널려놓은 것을 정리하고, 닦고 열심히 준비하는 중에 다시 온 연락. 집을 안 보겠다는 것이었다.

허탈해진 남편과 밥이나 먹자고 저녁 준비를 했다. 채소를 씻으면서 괜히 서러움이 올라왔다. 30분 만에 취소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래도 한 번 와보고 고민해보지...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중 부동산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다시 집을 보고 싶다고. 이분들이 오늘 우리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생각하면서도 안도감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 집에 와서 방을 둘러본 사람들은 손님들뿐이었는데,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누군가가 우리 집 방과 거실을 둘러보니 기분이 묘했다. 추웠던 겨울, 이 집에 처음 와서 남편과 부동산 아주머니와 함께 방과 화장실을, 베란다를 보던 때가 생각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들이 계약을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2019년을 마무리하며 연말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우리가 이 곳에서 편안하고 기쁘게 산 것처럼, 앞으로 이사 올 사람들도 꼭 행복하게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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