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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by 이일일


이번 생은 캠핑 온 셈 칠까?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관련된 이야기가 만남의 주제로 한 번도 떠오르지 않은 적이 있을까.

누가 어떤 집을 샀는데, 그 집은 몇 평이던데, 크고 화장실이 몇 개고..

흔히들 대화 중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라면 좋으련만.


그렇게 경제가 안 좋고, 돈도 없다는 사람들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심심치 않게 집을 산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영끌.

영혼이상을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들도 있고, 여유가 있어 집을 산 사람들도 있다.

아예 생각을 바꿔 집이라는 것은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투자와 재테크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참 위대하다.


이미 벌이의 수준과 앞으로의 계획들이 다 짜여있기에 이번 생은 그저 떠돌이 인생으로

전세살이를 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삼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실을 누가 모를까. 초등학생, 이제는 과장 좀 보태 유치원생도 알 것이다.


대한민국? 하면 부동산이라는 것을


과연 우리는 정말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걸까?


바꿔 말하자면, 좋은 아파트가 필요한 걸까? 나의 좋은 삶을 위하여?

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한 인간이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왜 좋은 아파트, 아니 왜 좋은 집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주변에 집을 사고, 차를 사고, 그것도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지인들이 많다고 이야기하면서

현재 살고 있는 전세가 너무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듯 말하는 사람을 보았다.

그러면서 좋은 집,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물었다.


정말, 진짜로 좋은 아파트를 사고 싶은 게 맞아?


비교를 하다 보잘것 없어져 버린 그의 현실에 나도 모르게 의아한 기분이 들었는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맞지 않는 질문을 던진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회로로만 돌아가는 나의 머리로는 던질 수 있는 질문이 한정적이었다.

진짜 좋은 아파트를 사고 싶다면 그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결혼을 할 때 즈음 집 값은 이렇게까지 오르지 않았었다. 코로나가 이제 막 터져 혼란스럽던 때.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집을 굳이 살 필요가 있냐며 자신 있게 전세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세로 얻은 집도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던 소형 아파트였는데 바닥이 무려 대리석이었다.

뷰는 한강이 보이는 전망이었고 신혼부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집이었다.


결혼하던 해 여름이 지나가면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매달 엄청난 속도로 올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던 집값에 이목이 집중되던 때 아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부동산 아주머니가 사라고 할 때 살걸.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이렇게까지 비싼 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후회를 넘어선 절망이었다.


아내는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면 집값 때문에 아팠던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던 아내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눈물이 흐르지는 않은데 슬펐던 눈을.

서울에 살면서 전쟁 같은 삶에 아내를 초대한 것 같아 내 마음도 너무 아팠다.

어디가 되었든 좋으니 우리 살 집 하나 못 얻으랴. 집을 찾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내의 몸은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참 귀신같이 정직한 건강이다.


그때도 나 스스로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정말 좋은 집을 사야 하는 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인지, 필요해서 사는 것이 맞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의 산물이었다. 누군가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를 사는 것이 나는 그렇게 부러웠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의 현실에 대놓고 나 스스로를 비난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난 떡을 아예 갖지 못한 것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집을 사느냐, 못 사느냐도 물론 우리 삶에 있어 중요한 주제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전부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돈이라는 애매하면서도 민감한 것이 있어야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한 번쯤은 제대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정말로 집이 필요한 것이 맞는지?
정말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것이 맞는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때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 안에 흔들리지 않는 답은 있을 거다.

나에게 있어 정답. 내가 어떤 것을 진정 원하는지에 대한 정답.


그걸 알아야 근본적으로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 두 푼 들어가는 것이 아닌 최대 지출에 대부분의 서민들은 벌벌 떠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기에 더 미래가 두렵고, 걱정도 되고 현실적인 머리 아픈 고민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잘, 더 나답게 결정하고 나답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긴 인생 속에서 돌아봤을 때

그 정답대로 사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그렇게 산다 해도 나의 행복과는 무관하다.


괜찮다.

진짜 안되면 이번 생은 캠핑 온 셈 치는 게 맞다. 그게 더 행복에 가까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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