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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존재한다.

그렇다고 결과가 꼭 선한 것은 아니다

by 이일일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맞다.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를 다치게 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의도와 선한 마음을 가지고 그런 것이다.


그러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

흔히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은 분명,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에 하게 되는 말일 것이다.

변명 아닌 변명, 핑계 아닌 핑계, 그렇게 우리는 일단 숨고 본다.

숨는다고, 숨긴다고, 마주하지 않는다고 해서 벌어진 일이 다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말처럼 주워 담을 수 없다.


의도가 좋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음에 대해서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의도가 어떻든 벌어진 결과를 마주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은 어딘가로 숨고 싶어 도망가기 직전이지만 붙잡아 놓고, 억울하더라도 표현해야 한다.

오래 살지 않았고,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선함이 꼭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더라.


생명이 위독한 사람에게 혼신의 힘을 다하여 CPR을 한다.

살아난 사람이 심폐소생술로 인하여 늑골이 부러졌다며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죽을 뻔한 사람을 살려줬더니 늑골을 부러뜨린 죄인이 되어있는 것이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발생하기에 느낄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헤매고 있던 타 부서 직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타 부서 직원은 고맙다며 결과를 들고 부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간 후 된통 혼이 나고 돌아온다.

이게 아니라며, 틀렸다면서, 누가 언제 도와달라 했냐며 화를 내는 그 사람을 멍하니 본다.


마음에 잔뜩 상처를 입은 지인이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좋은 마음에 계산을 해주고 나간다.

식사를 마치고 우연히 마주친 지인은 울면서 말한다.

당신도 나를 무시하냐며, 내가 밥 먹을 돈도 없어 보이냐고.

오늘 다들 나에게 왜 이러냐며, 서럽게도 운다.


대가족을 먹여 살리던 엄마가 김장을 준비하는 시즌이 되어 자식도 두 팔 걷어 도울 준비를 한다.

소금을 뿌리라는 곳에 실수로 설탕을 뿌리고 무를 채 썰다 손가락을 크게 베어 피가 흐른다.

속을 버무리는 것도 매운 양념에 손가락이 아파 결국은 못하게 된다.

종종 어머니들은 말씀하신다.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거라고.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있다.


선한 마음이 실수를 할 때도 있고 오지랖을 부려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때도 있다.

내가 나의 선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도 나의 욕심이고 나의 결정이다.

심지어는 도와달라는 곳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도 있다.

이제는 옆에서 숨이 멎어가는 사람이 생겨도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다.


혹시, 어디 한 곳이라도 부러지면 어쩌지?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


선한 마음이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선한 마음에 나의 오만함이 깃들어 결과가 잘못될 수도 있다.

언젠가 선한 마음이 그 마음의 생김새 그대로 행복을 가져오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한 마음을 부리고, 오지랖을 부리며 실수하는 거다.

그래야 우리의 실수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 있음을,

우리의 선함이 누군가에게 아픔이 될 수 있음을, 그래야지만 알 수 있을 테니.


알고 나면 아무에게나 없는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마음껏 선한 실수를 저지르고 당차게 사과하자.


괜찮다. 우리의 선함에게도 시간이라는 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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