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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by 이일일


으응, 축하해


가끔 살다 보면 나의 상황과 비교해 보고 온전히 축하하기엔 마음이 어려운 날이 왕왕 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주변에 축하할 일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이 생기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온전히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과 여유를 갖추지 못함에 또 한 번 시련이 찾아오곤 한다.

누구는 어디에 취업했다던데, 누구는 외제차를 샀다던데, 누구는 집을 장만했다던데,

누구는 아기를 벌써 낳았다던데, 누구는 부모님께 집을 사드렸다던데,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던데.


나약한 인간에게 인생은 매일 시험의 순간이자, 유혹의 연속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데, 생각의 방향은 어김없이 나의 처지를 향한다. 그리고는 아파한다.

잘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무엇을 했든 당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며 보고 듣는 것에 취약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곧잘 잊는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만큼 온전히 내 것인 것도 없다.


내가 내 머릿속으로 생각해 내는 그 '무엇'인가도 솔직히 온전히 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 무슨 이야기에, 어떤 외부의 것이 내 마음에 침투해 들어와 생긴 것인지 모른다.

온전히 나만의, 나만을 위한, 나에 의한 생각을 해내는 것도 능력이고, 꽤나 어렵다.

그런 만큼 내가 살아가는 나의 인생처럼 그냥 주어졌지만 온전하게 나의 것인 것도 없다.


지인의 취업에 온전히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당연한 감정이지만 괴롭고

이 어려운 세상에 집을 장만하고 좋은 차를 샀다는 소식에도 입꼬리가 반만 올라가게 되는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것도 이제는 놀랍지가 않다.


어떤 이야기를 듣던지, 어떤 상황에 놓이든지 투명하게 응원하고 축하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덜 괴롭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의 마음에 대한 의심과 검열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니까.

끊임없이 나의 마음과 생각에 불손한 것들이 섞여있지는 않은지, 나도 모르는 의도가 담겨 나도 모르게 진정한 나의 생각과 나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나의 마음을 살펴보고 확인해줘야 하는 것이 평생 숙제처럼 느껴진다.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 인생이 있는 것이다, 되뇌어봐도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본래 인간의 마음의 의지와 생각은 따로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럴 때마다 자괴감은 함께 찾아온다.

몸을 일으켜 움직여본다. 움직이면 머릿속을 조금은 비울 수 있다. 감정도 조금은 사그라든다.

내 것이 아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반복해서 나의 마음을 달래준다.

어차피 내 마음에 나의 손길은 손이 탈대로 타서 큰 효력은 없지만 또 유일한 위로이자, 응원이기도 하다.


참 신기하게도 돈을 좀 벌면 돈에 대한 이야기에서 순간 한없이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이후에는 어김없이 또 다른 비교가 찾아온다. 누구는 돈을 얼마나 벌지, 나보다 더 벌까?

세상 사람들은 누군가 돈을 버느냐에 관심이 없다. 얼마나 버느냐에 관심이 많고 알고 싶어 한다.

뉴스 기사만 봐도, 연예인 누가 몇백억의 건물을 매입했고, 현금으로 샀다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하다.

그렇게 누군가의 벌이의 수준에 참 관심이 많다.


집을 산 이후엔 어디에 얼마짜리 집을 샀는지 궁금해한다. 물어보는 심리는 정말 순수할까.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산 사람을 온전히 응원할 수 있을까. 혹은 온전히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부러워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일까.

여러 가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 자식은 서울대에 들어갔다던데, 연고대에 갔다던데. 왜 내 자식이 떠오르는 걸까.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더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게 나의 욕심은 아닐까.

아니야,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해줘야지.

그건 나의 욕심일까, 자식을 향한 걱정일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그릇일까.

자식의 입장에서 누구 집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데, 대기업에 취직했다는데.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만약 있다면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그 사람의 마음의 그릇을 응원한다.


온전히 나의 것인 나의 인생에 관심을 갖고 개의치 말고 나아가자. 다른 것은 어차피 다 내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 어떤 모양으로 흘러가든, 누가 뭐래도 나의 것은 내 인생이다.

자꾸만 다른 인생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는 순간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나에게 온 내 인생을 돌아보고 생각하자. 후회 없게, 아쉽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

부끄럽지 않게.


누가 뭐래도 나의 인생이다. 여러분의 인생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여러분의 인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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