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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y 02. 2024

'메이드 인 뉴질랜드' 초콜릿의 매력 포인트는  


  “언니, 시애틀에서 커피와 초콜릿이 유명한 이유가 뭔지 알아? 날씨 때문이야. 일 년에 절반은 비 내리고 춥거든. 우울하니까 다들 커피 마시고 초콜릿 먹으면서 버티는 거지.” 예전에 미국 시애틀에 사는 아는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그래서 스타벅스 1호점이 거기에서 시작된 거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기호 식품들이 오랫동안 우리 삶에, 적어도 짧은 순간 동안 기분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하는 팩트니까. 커피에 대한 얘기는 예전에 "저는 플랫화이트로 할게요, "에 썼으므로 오늘은 초콜릿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  


  사실 나는 초콜릿 팬은 아니었다. 어릴 적 간호사 출신 엄마의 엄격한 식단 컨트롤도 있었지만 ㄱㄴ같은 대중적인 한국형 초콜릿이 워낙에 맛이 없기 때문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카카오의 진한 향 대신 값싼 단맛이 나는 게 별로였다. 사실 맛이 없는 줄 조차 몰랐다. 원래 초콜릿 맛이 이런 건가 세뇌를 당한 게 아닌지. 하지만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벨기에산, 스위스산 초콜릿을 접하면서 그리도 유럽과 미국 여행을 하면서 ‘초콜릿’이란 세계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 그러다 뉴질랜드에서 최애 초콜릿을 만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휘태커스 피넛블락(왼쪽). 아몬드 골드도 맛있다. © 2024 킨스데이

  

  바로 휘태커스에서 나온 '피넛 블락'이다. 우선 그 사이즈와 두께감에 놀란다. 우리는 이렇게 커다랗고 두꺼운 초콜릿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진한데 땅콩의 원물감이 씹히는 게 말 그대로 "멋부림없이 정직하게 환상적인 하모니"에 두 번 놀란다. 우물우물 입안에서 녹여먹으면 그 순간만큼은 천국이 따로 없다.  그래서 항상 냉장고에 두어 개 정도 쟁여놓는다. 당이 떨어질 때면 혹은 기분이 다운되면 수시로 꺼내 먹는다. 그러다 보니 홍보대사라도 된 것처럼 자발적으로 주변에도 선물하거나 적극 추천하고 있다. (당연히 휫테커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100% 내돈내산이다).  


 포장지 뒷면을 보면 1896년 휘태커스씨가 웰링턴 포리루아에서 만드는데 올해로 127주년을 맞이했다. 긴 역사를 자랑하듯 좋은 원료로 정직하게 만들었단다. 전체 생산량의 30%를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다. 특별히 B2C 마케팅을 하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뿐. 우연히 홈플러스 매장 초콜릿 매대에서 휘태커스 초콜릿을 발견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격표를 확인하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블록 형태는 없고 미니 슬랩 사이즈로 소분 포장된 제품들이 있었는데 무려 만 원이 넘었다. 그래서 (궁색한 변명일 수도 있는데) 뉴질랜드에서 더 열심히 소비하기로 결심했다.


영화 초콜릿의 포스터 장면 (이미지 출처: imbd.com)

  

  2001년에 개봉한 영화라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조니 뎁과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영화 <초콜릿>이 떠오른다. 비안느(줄리엣 비노쉬 분)가 100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는 프랑스 어느 마을에서 초콜릿 가게를 열고 신비한 초콜릿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사랑과 정열에 휩싸이도록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내가 이 영화를 떠올리는 이유는 한 마을을 변화시킬 정도로 초콜릿이 가진 매직 파워를 아름답게 잘 담았기 때문이다. 비록 판타지적이긴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삶에 미치는 초콜릿과 같은 달콤한 소울푸드가 발휘하는 따뜻한 힐링의 임팩트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갈등 공화국’인 우리나라도 이 영화처럼 초콜릿 한 조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삶에도 비안느 같은 쇼콜라티에가 나타나기를, 아니, 내가 누군가에게 비안느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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