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사람들의 커피 자부심
“플랫화이트 기념." 오늘 구글이 보여준 토픽이다. 매년 한 번씩 뉴질랜드를 방문하고 있고 올해 1월 말 뉴질랜드에 도착한 이후로 지금까지 줄곧 오트 밀크를 넣은 플랫화이트를 마시고 있으니 나도 이참에 숟가락을 얹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오늘 브런치 주제는 '저도 플랫화이트만 마셔요'이다.
어디선가 플랫화이트가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탄생했다고 들었는데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호주에서는 호주시드니가 진원지라고 얘기를 하고 있어 확실치 않다. 다만 뉴질랜드 정부의 NZ Story 웹사이트에 따르면, 1989년 웰링턴의 프레이저 매킨스 (Fraser McInnes)라는 바리스타가 최초로 플랫화이트를 발명했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또한 뉴질랜드의 플랫화이트는 에스프레소샷 1/3, 스팀 밀크를 2/3 넣어서 만든 커피인 반면 호주의 플랫화이트는 일반적으로 리스트레토샷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현지 친구 집에서 넷스프레소 캡슐 머신을 이용할 때 에스프레소와 리스트레토를 각각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에스프레소는 리스트레토보다 몇 초간 더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50% 정도 커피양이 더 많다고 한다.
“That means that a Kiwi Flat White will have a substantially more intense, robust, caffeinated flavour.”
결국 뉴질랜드 플랫화이트 맛이 더 뛰어나다고 대놓고 자랑하는 얘기이다. 낙농업이 발달해 우유 퀄리티가 남다른 뉴질랜드 입장으로선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플랫화이트의 인기는 점점 확산되어 스타벅스 북미 매장 음료 메뉴에 당당히 입성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폴바셋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진원지가 어찌 됐든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플랫화이트는 인기가 많다. 뉴질랜드의 어느 동네 카페에서나 플랫화이트는 기본 메뉴로 팔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도 현지인처럼 느껴보려고(?) 커피는 플랫화이트만 마시고 있다. 유당 장애가 있기 때문에 오트밀크로 주문해서 $0.5 NZD 더 내면서 말이다. 스몰 사이즈로 하면 $6 NZD, 원화로 4,900 원 가량이다. 싸지 않다. 카페인에 워낙 민감해서 커피를 안 마시는 편이라 잘 모르겠지만 '커알못'의 관점에서 플랫화이트를 마시면 오트밀크의 고소한 맛과 에스프레소 맛이 섞인 부드러우면서 씁쓸한 맛이 일품이다. 카페 라테보다 전체적인 양이 적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아침잠을 깨울 때 딱이다.
뉴질랜더들의 커피 자부심은 꽤 강하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힘을 크게 쓰지 못한다. 로컬 카페를 선호하고 '커피 슈프림' 같은 자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클랜드 무역관에 따르면 뉴질랜드 커피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1억 9천 7 백만 USD 달러로 원화로는 2,561 억 원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커피 시장이 43억 USD 달러로 세계 3위의 커피 대국인 우리나라 대비 작은 수치이지만 이들 역시 호주 사람들처럼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커피가 아니라고 말한다.
"I would like to have Flat White with Oat, Take away, Small size, please." 나는 오늘 아침에도 이렇게 동네 카페에 들러 플랫 화이트 한 잔을 주문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