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영국기행 5] 파키스탄 유학생, 영국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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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트리편 전편에 이어 계속]
코벤트리대학 사회적기업(CUSE)의 근거지, 캠퍼스 한복판에 위치한 엔터프라이즈 허브에서 만난 청년 마함(Maham Sherwani)은 파키스탄 출신이었다. 그녀는 코벤트리대학 학부를 졸업한 국제학생이었고, 이제는 영국에서의 정착을 위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Tier 1 Graduate Entrepreneur Scheme, 영국대학 졸업생 중 유망한 창업 기업가들에게 비자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고국을 떠나 영국사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그들이 가진 재능을 기반으로 시장을 개척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길러내는 역할 또한 CUSE에서 하고 있었다.
“졸업하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진로를 정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졸업생 대상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고, 잘 연결이 되어서 지금은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치고 있죠.”
그녀는 쾌활하고 자신감이 가득한 젊은 청년의 기운을 그대로 내뿜고 있었다. 유학생이었던 만큼, 그녀가 관심을 가지고 주목했던 필요와 비즈니스 모델은 ‘국제학생’들에게로 가고 있었다.
“언어 문제로 너무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아왔어요. 제가 자란 파키스탄에서는 어렸을 적부터 영어를 배워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는데, 특히 아시아 친구들은 정말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말은 안 통하지, 고향은 그립지, 하소연할 곳은 없지... 심지어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까지 목격을 했죠.”
마함은 국제학생들이 언어의 장벽 없이 소통을 증진하고 사회적 친밀감을 높여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 미디어 관련 앱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역시 파키스탄 출신으로 유학 생활을 했던 사와리(Shahwali Shayan)과 함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CUSE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후세인(Summayyah Hussain), 담당 직원이라기보다는 언니처럼 누나처럼 이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준비하기 위해 여기에 왔지만 꼭 비즈니스적인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니죠. 사소한 안부부터 일상적인 소통, 심지어 가끔은 요리도 같이 해먹으며 친밀감을 쌓고 있어요. 제가 또 인도 출신이라 이들과는 입맛도 잘맞죠(웃음). 고향 생각날 때 내게로 오라! 특히 국제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정서적이고 일상적인 지지도 매우 중요하고, 이것들 또한 우리의 역할이죠.”
하이파이브를 하며 ‘언니’ 같은 후세인을 맞은 마함은 다시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전을 알아주고 지원할 곳이 없다면 가능성은 묻혀버릴 거예요. 창업과 관련한 노하우들은 물론이고, 소소한 일상의 정서적인 만남과 지원은 우리의 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여기 허브와 CUSE는 우리에게 중대한 이정표(milestone)를 놓아준 곳인 셈이죠.”
누군가 음악을 틀었다. 엔터프라이즈 허브 공간은 ‘사무실’ 이라기보다 소통하고 교류하고 만나는 곳이다.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 좋지요?” 그렇다고 그저 ‘허브’만은 아니다. 복층 구조로 이뤄진 공간이라,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짱 박혀’서 골몰하며 연구나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책상 자리도 있다. 1층에도 코너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책상 자리가 있다(물론 지정 개인석은 아니다). 만남이든 회의든 문서 작업이든, 누구든 들러서 편하게 머물며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렸다. 그 사이로 마함과 후세인의 편안한 대화와 웃음소리가 흘렀다.
1년차인 마함은 이곳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고 있다. 공유사무실 지원과 함께 비즈니스 개발과 관련한 노하우가 쌓인 툴킷을 제공받는다. 또한 전문가와 기업가들로부터 매달 2시간 정도의 멘토링 서비스를 받고 있고, 학내외의 비즈니스 관련 프로그램에도 참여 기회도 열려있다. 이러한 과정을 잘 거치면 다시 1년 더 머물 수 있는 비자를 제공받아 실질적인 사업 실행을 준비하게 된다. 쉽게 말해, 국제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는 영국에 더 머물 수 있는 자격이 없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최대 2년을 더 머물며 영국에서 사회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후세인은 “이들이 한시적인 Tier 1 비자 상태를 넘어 정식 비즈니스 비자를 받고 영국에서 도전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안착시키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이라고 말했다.
마함은 이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심사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무한 긍정마인드로 보이는 그녀는 “힘든 것은 없냐”는 질문에 “어려운 건 자신감이나 도전의식이 결여될 때이지 다른 건 없다”며 “계속 도전의 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북돋아 주는 곳이 여기”라고 말했다.
희망과 희망고문 사이에서
물론 그녀와 사와리의 앞날이 순탄치많은 않을 것이다. 사업의 평가표를 보니, 그들의 비즈니스가 “새로운 영역에 시장 사이의 갭을 잘 포착해 개척”해야 하고 “가치가 잘 진술되고 개척할 시장의 위치와 생산물이 분명하게 정의되어야”하며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적인 위치를 점유”해야 하며 “수요나 생존가능성 등이 입증”되게끔 등등의 노력을 해야한다. 게다가 “기존 영국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 직업, 비즈니스를 해치거나 대체하지 않는(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아이템”이어야 한다.
이 대목을 듣고 이나라 사람들이 얄밉게도 느껴졌다. 결국 ‘알맹이만 쏙’ 가져가겠다는 거 아닌가. 그들의 분명한 의도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우리사회에 도움이 될 사람'만 받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들이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이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분위기다. 이방인에게도 관대하던 유럽의 사회국가 시스템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고, 영국 역시 그들이 자랑하던 무상의료 체계(NHS)도 이제 외국인은 물론 유학생에게도 무료가 아니다. 일정액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국민’과 ‘이방인’을 확실히 구분해야 하는 ‘국민국가’(Nation State)의 태생적인 한계일 것이다.
마함과 사와리는 스스로 품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코벤트리의 국제학생들과 이주민들이 뒤섞여 있는, 다문화적인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든다는 해맑은 두 이방인 젊은이의 앞날을 응원한다.
[다음 편에 계속]
이 연재를 엮고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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