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영국기행 4] 학생, 연구원들에게 '사회혁신'의 씨앗을 뿌리다
[코벤트리편 전편에 이어 계속]
코벤트리대학 사회적기업(CUSE)은 대학의 역할을 사회혁신을 위한 촉매제의 공간으로 설정한다. 학내 구성원들과 대학을 둘러싼 지역사회에 사회적 가치를 심어넣는(Embedding), 또한 다음세대 젊은 혁신가와 기업가들을 키우고 고양시키며, 이런 활동을 위한 펀딩의 기회를 연결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만드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엔터프라이즈 허브와 같은 인큐베이팅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관여를 도모한다. 이들은 항시 강조한다 “사회적기업이 이익이 발생하면 곧 사회에 이익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경영대생의 질문... "사회혁신은 무엇인가요?"
나를 경영대 강의실로 데려간 일정에서도 이런 소개를 소리높여 학생들 앞에서 설파하고 있었다. CUSE에서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가브리엘라(Gabriela)는 수십명의 경영대 학생과 교수들 앞에서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동기로 비즈니스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환영하며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대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할 ‘비즈니스’ 개념에 더해, ‘사회적’을 함께 강조하는 발제에 대해 학생들은 흥미로워하는 분위기다. 한 중동계 여학생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기술혁신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가브리엘라는 웃으며 답했다.
“예컨대 사회적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창출을 하지만 이는 기존의 영리기업의 동기와는 다르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을 지닙니다. 우리는 시장에 참여하여 개척하지만, 이윤은 모두 사회적가치 창출이나 지역공동체에 재투자하고요. CUSE도 마찬가지죠. 혁신의 개념을 사회를 더 살기 좋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쪽으로 도입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코벤트리대학의 경영학부에는 ‘사회 속에서의 비즈니스’ 센터(CENTRE FOR BUSINESS IN SOCIETY)라는 특화된 연구기관이 있었다. 여기서는 순환경제와 지속가능성 등 사회적으로 유용한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방법론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30여명의 교수와 연구진들, 40여명의 박사과정생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었다. 이날 수업에서는 이 센터의 교수와 학생들이 자신들 연구에 대한 발제를 학부, 대학원생들 앞에서 이어가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가브리엘라의 CUSE의 활동 소개였다.
가브리엘라의 이날 강의실 방문 주요 목적은 ‘소셜임팩트 챌린지’(Social Impact Challenge)에 도전해보라고 학생, 교직원들에게 독려하는 것이었다. 사회적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최대 1만파운드(약1,510만원) 규모의 펀딩 사업이었다. 그녀는 “소셜벤처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든 응모가능”하다며 “삶의 현장 어디에서든 느끼는 사회적 도전을 비즈니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제라면 무엇이든 괜찮다”고 소리를 높였다. 예산은 사회혁신과 관련한 잉글랜드 고등교육기금 등을 대학으로부터 확보해,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육성과 연구에 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의 관련 공모사업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였다. 다만, 여기의 경우에는 보다 더 실질적, 직접적으로 말하면 “얄짤없어’ 보였다고 할까. “돈을 허투르 쓰는 게 없게끔” 하려는 경향성이 강해 보였다. “사회적 도전(Social challenge)은 어떤 유형이든 괜찮고, 어떤 장소나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도 제한이 없다”면서도 “다만, 반드시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해야하고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저 돈을 그저 쓰기위한 목적으로 이 펀딩을 사용하고 싶진 않다”고 분명히 언급하면서. 여기 뿐만 아니라 곳곳의 실천 분위기가, 영국의 사회혁신 분야는 자선사업적인 관대성보다는 ‘지속가능 생존’을 분명히 담보해야 하는 경향이 강해 보였다. “우리는 NGO가 아니라 비즈니스 주체”라는 인식이 뚜렸했다.
이는 가장 초기단계의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공모다. 선정이 되면 다시 체계적인 ‘사회적’ 그리고 ‘비즈니스’라는 양자의 융합에 대해 계속적으로 배우고 가다듬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는 기회를 갖는다.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아이디어가 현실화 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모색하기 위해 계속 함께하기를” 권유하며 허브로 초대한다. 이처럼 CUSE는 대학 구성원들이 (지역)사회를 바꾸는 혁신가이자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새싹을 발굴하고 견인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사회적 임팩트를: 경영을 위한 경영은 No!
대학은 연구의 주체이기도 하다. 연구기능과 사회적 실천, 지역사회 앵커시설로서의 기여와 이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대학 뿐 아니라 사회에도 지속가능한 영향을 주는 혁신의 대안이다. 영국 대학들도 ‘상아탑’ 처럼 자신에게만 갇혀 있다는 비판들이 있어왔다.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사회혁신을 추동하는 실천은 과연 대학 본연의 연구기능과 만나고 있는가. 앞서의 ‘사회 속에서의 비즈니스’ 센터도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 중 하나였다. 그리고 ‘전환적 기업가정신을 위한 국제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Transformational Entrepreneurship, 이하 ICTE)도 그러하다. 모던한 대학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낡고 소박한 본관 깊숙이 자리한 센터를 찾아갔다. 그들이 말하는 ‘전환’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전환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역공동체, 국가 및 국제단위에서 이러한 관점의 기업가정신을 키워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연구센터 입니다.”
센터의 문을 열자, 연구원인 피터(Pete Mcluskie) 박사가 이곳에 대해 소개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가적인 리더십, 경영기법, 교육, 혁신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며 “또한 경제적 발전과 정책적 효과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불평등을 줄일 수 있게끔 하는 방법론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크게 교육 분야와 연구 분야로 나눠서 팀을 이루고 있었다.
사실 영국에서도 젊은이들의 실업과 일자리 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미래를 책임지지 못하는 대학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을 항시적으로 받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취업, 창업 교육과 기업활동을 고취하기 위해 대학에 많은 지원을 해왔다. 코벤트리대학과 ICTE의 문제의식은 “스타트업이라든지 경영교육 이런 것들이 너무 지나치게 경영대나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만 초점이 맞춰 있었던 것”이라며 “다양한 배경과 전공 지식의 학생들을 함께 관여시키게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즉 ICTE의 연구와 교육은 특정 전공 분야에 속해있는 게 아니라 전체론적 접근(Holistic approach)으로 구성하였다. 그들은 경영대해 ‘속해’ 있는 연구센터가 아니라 다양한 학제 사이에 존재한다. 사회혁신을 추동하는 비즈니스 방법론은 ‘경영학’과 ‘비즈니스 스쿨’에서만 잉태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또한 이들의 강조는 “경영을 위한 경영, 연구를 위한 연구”일 수 없다는 것. 즉 대학과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 전반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한 지향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위해 혁신적 커리큘럼 개발, 관련 외부 프로젝트, 비즈니스와 스타트업 지원, 학술적 연구 등을 병행하여 전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피터 박사는 경영과 기업가 리더십에 대해 전공한 사람이었다. 나는 마을만들기와 커뮤니티 기반 사회적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다. 외관은 피터 역시 ‘공동체’에 어울릴법한 수더분하고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색함이 없이 “함께 가야할 주제”라고 말했다. 실제 그러한 측면에서 실행 주체인 CUSE와 연결된다. 전공 분야를 넘나들며 또한 연구와 실천이 맞물리며 존재하는 학내 구조를 보며, 하이브리드(Hybrid)적인 사회혁신과 사회적기업의 실체를 체감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은, 이러한 연구 기관들의 존재 자체다. 코벤트리대학은 과거 폴리텍대학에서 승격한 ‘모던 대학’ 중에서는 드물게 과감한 연구 분야 투자를 하고 있었다. 예컨대 지난 2014년 코벤트리대학은 약 1억파운드(1515억원 정도)의 예산을 향후 5년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였고, 이는 350명의 연구진과 1000여명의 박사과정생들을 유치한다는 계획과 실천 등으로 나타났다. 가르치는 기능을 중심(Teaching institution)으로 하고 있는 다른 ‘폴리텍 출신’ 대학들과는 다른 행보라고 한다. 그리고 연구가 사회적인 임팩트로 이어지고 선순환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 다음편에 계속]
이 연재를 엮고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였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61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