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청년들의 인턴쉽... 영국행을 선호하는 이유?

[사회혁신 영국기행 6]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관한 대화

by 이웃주민

https://brunch.co.kr/@jmseria/5

[코벤트리편 전편에 이어 계속]

Erasmus_internship.png https://motivationalletter.com/motivation-letter-for-erasmus-internship/


코벤트리대학 사회적기업(CUSE)에서는 에라스무스(erasmus) 프로그램이라는 유럽연합(EU) 지원 사업도 실행하고 있었다. 이는 유럽연합 내 청년들을 위한 교류 프로그램이다. 특히 청년과 기업가를 연결하여, 관심 있는 타국 지역에 있는 기업체에 들어가서 청년들이 인턴십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유럽연합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있었다. CUSE는 유럽 청년들이 코벤트리 기업체에서 일해볼 수 있게끔 유치하거나, 코벤트리 청년들이 다른 유럽 지역의 기업체에서 경험을 쌓아볼 수 있게끔 연결하고 코디네이팅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와 닮아있는 청년들의 현실


담당자는 헤리엇(Harriett Alice, EU Project Co-ordinator)이었다. 코벤트리가 고향인 젊은 영국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옆에 새로지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얘기 좀 합시다”라며 나를 이끌었다. CUSE의 근거지 엔터프라이즈 허브 옆에 있는 보건계열 전공 건물이었다. 새 건축물 답게 모던한 세련미를 탑재하고 있었다. 간호사, 조산사, 구급대원 등 보건관련 직업인들을 양성하는 곳. 하얀 가운, 응급대원 복장 등을 입은 실습 학생들이 곳곳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달 전(2018년 1월) 개관을 했는데 당시 영국의 왕족(loyal family), 캠브리지의 공작 커플(The Duke and Duchess of Cambridge)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고. 로얄 패밀리의 존재 자체가 내겐 새삼스러웠지만, 여기 사람들은 설왕설래는 있을지 몰라도 묵직한 존재들로 받아들이며 사는가 싶었다.


https://www.coventry.ac.uk/cuse/about-us/

내부를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년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죠.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 기회로 받아들이며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동참하는 기업체에는 혹시 있을지 모를 매너리즘, 정체감 등을 다시 돌아보며 프레시한 젊은 기운들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죠. 다른 나라 청년들과 함께 국제적인 관계망도 쌓을 수 있는 기회고요.”


해리엇은 도도하고 소위 ‘시크’(chic)한 인상에 자기주관이 강해보였다. 그녀는 지속가능한 환경문제, 푸드체인, 채식, 순환경제 등 대안적인 활동들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CUSE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담당은 그녀의 전업이 아니라 파트타임 일이었다. 실제 CUSE 직원들 중에는 이렇게 다른 자기 일을 하면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녀는 “푸드트럭 등을 통한 먹거리(특히 채식) 이벤트 등을 운영하는 사회적 비즈니스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먹거리 시스템이 낭비와 부조리, 착취, 병듦을 초래하며 “채식이 지구를 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나 같으면 북유럽을 갈 것 같은데..."... 결국 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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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에라스무스에 대해 물었다. 영국의 청년들은 어디로 많이 가는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태리 등을 선호한단다. 아무래도 서유럽의 선진국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하면서. 그렇다면 유럽의 전반적인 청년들은? 해리엇은 아이러니한 표정을 지으면서 “영국”이라고 답했다.


“나 같으면 북유럽 쪽을 갈 거 같은데, 영국에 많이 오고싶어 하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사실 뭐 더 잘하는 게 있던가?(웃음). 아마도 영어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국제적으로 중요한 언어이다보니 말이죠.”


그녀는 비판적인 사람이었다. 솔직히 영어 빼면 메리트가 있는가? 굳이 다른 더 좋은 곳들도 많은데, 영국을 찾을 이유는 없을 거 같단다. 또한 영국 사람들은 특히 언어에 게으르다고 말했다. 어딜가든 대충 말해도 어지간하면 통하니,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한 동기부여가 크지 않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언어 기득권’이 있다. 여기 코벤트리는 물론 영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제학생들, 그들을 유인하는 가장 강한 동기 중 하나는 영어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미력하지만 다른 언어보다는 알아들을 수 있기에 지금 여기에 와서 이들을 만나 배우고 있는 측면이 강하지 않은가!


해리엇은 이처럼 시크하고 비판적이었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관심이 큰 따뜻한 사람으로 보였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을 만날 때 항상 가장 강조하는 게 “너는 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돼”라고 말해주고 북돋는 것이라고 했다. 거절과 냉대, 주저함과 머뭇거림이 아니라 “네, 그래요, 해봐요(Say Yes)”라고 수용하고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젊은 청년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어딘가 주눅이 들어있고 등록금 빚 등 때문에 실제로 부담이 크고 취업이 어려워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한국과도 굉장히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해리엇은 긍정적인 마음을 한껏 담아 ‘Yes’라고 말하며, 숨통을 트는 기회를 하나라도 제공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녀는 따뜻한 실천가였다.


[다음 편에 계속]


이 연재를 엮고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였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6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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