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영국기행 7] 대학이 도시를 채운 코벤트리에서의 일상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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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트리편 전편에 이어 계속]
에피소드: 물가 싼 ‘대학도시’에서의 일상
코벤트리의 도심은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대학생들로 가득하다. 주민들은 “방학이면 학생들이 고향으로 가기 때문에 순간 동네가 썰렁해진다”고 말하곤 한다. 코벤트리대학은 코벤트리시의 중심부를 묵직하게 차지하고 있다. 29,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시내를 항시적으로 오락가락하며 먹고 자고 공부하고 놀고 쇼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들, 학교 뿐만이 아니고 식당, 쇼핑시설, 레저시설, 기숙사 등이 코벤트리 시내 경제를 견인하는 주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대학가 도시에는 특징이 있다. 우선,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구매력이 낮은 젊은이들이 주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코벤트리에 도착한 첫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한 중국식당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했다. 갖가지 중국요리들을 뷔페식으로 차려놓고 ‘접시크기’별로 요금을 내는 곳이었다. 약 5.5파운드(약 8,000~9000원) 정도면 중간 사이즈 크기의 한끼를 꽤 푸짐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어지간한 외식의 경우에 최소 10파운드(메인요리만, 음료나 사이드음식은 별도) 이상은 줘야하는 다른 음식점들에 비하면 영국에서는 저렴한 가격이다. 오랜만에 먹는 익숙한 동양 음식이라 입맛에 잘 맞아서, 가격대비 만족스러웠다.
옆에 앉아 있던 중국에서 온 여학생은 한국인 친구와 수다를 떨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똑같은 사이즈의 뷔페요리를 가져다가, 꼭 절반을 따로 가르더니 천천히 저녁을 음미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 오면 음식 절반은 싸가지고 가. 그럼 두끼를 해결할 수 있잖아.” 사실 따지고 보면 5파운드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싼 가격은 아니다. 그래도 여기는 ‘살인적인 물가’라는 영국. 학생식당도 5파운드는 줘야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물론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은 마트부터 카페까지 여러종류가 있기에 2~3파운드 정도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학생식당과 비교해도 2~3배 정도는 비싼 편이다. 게다가 여기 중식당은 뷔페식이니, 요기가 될만한 칼로리 있는 음식들을 골라 담아서 ‘두끼 같은 한끼’를 만들 수도 있다. 돈 없는 대학생, 게다가 감당하기 힘든 물가 수준의 나라에 있는 유학생이라면 이렇게 때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하튼, 그렇다하더라도, 코벤트리에는 이 정도 수준의 저렴한 식당들이 상당히 있는 편이다. 여기 오기 전에 들렀던 바스(Bath)는 여행객들이 우글거리는 대표적인 관광도시였는데, 거기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느껴졌다. 코벤트리에 있는 대중적인 느낌의 중국식당, 이태리, 터키음식점, 펍푸드(대중술집인 ‘펍’에서 파는 음식들), 기타 이런저런 식당들은 1인당 10파운드 미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 상당수였다. 바스의 경우에는 대부분 최소한 10파운드 이상을 줘야 했다(비스트로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2코스 이상에 음료 한잔 정도 하면 20~30파운드는 기본). 또한 저렴한 생필품 가게, 마트 등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고급스러운 혹은 정갈한 베이커리나 식료품점, 전통적인 영국풍 식당 등은 굉장히 드물었다. 학생들은 주로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빵과 식료품을 구매했다.
도시의 활력인 학생들, 그러나...
“딜레마다.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권들도 그들에게 맞춰져 있다. 실제 학생들이 없다면 코벤트리 도심의 경제활동은 멈춰버릴 것이다. 그들은 도시의 활력이다. 그러나 코벤트리는 ‘문화도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문화와 관광을 통한 재생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관광객 등은 전통적인 영국식 혹은 로컬한 물건, 음식, 관련 상품들을 선호할 것이다. 학생들의 필요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다.”
CUSE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만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기업컨설턴트가 해준 말이다. 젊은 기운이 만연한 대학가의 모던한 ‘드라이퍼’(Drapers)라는 펍(Pub, 대중술집)에서, 그는 맥주 1파인트(약 568ml)를 한잔 더 권하며 대학을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도시의 양면성에 대해 말을 했다.
이곳의 회식 분위기는 가볍고 자유로웠다. 아예 퇴근 시간을 앞당겨서 오후5시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각자 마시고 싶은 음료(주로 맥주였고 무알콜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펍에는 그밖에도 위스키, 칵테일 등 다양한 술을 팔고 있었다)를 카운터에서 각자 계산하고 한잔씩 들고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손님 대접을 해주는지 고맙게도 그들이 사줬다.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의 스케쥴에 맞춰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컨데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아빠의 경우, 30분 정도 수다를 떨다가 인사를 하고는 먼저 나가는 모습이었다. 저녁 6시30분 경에는 대부분 자리를 뜬 상태였다.
코벤트리에서도 중국인들은 유학생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흔적은 도심의 상권에도 반영된다. 대학 안팎의 시내를 걷다보면, 중식당들은 물론 아시안 식료품점들도 흔히 보인다. 그리고 한쪽 코너에는 한국 식료품들도 있었다. 초코파이와 같은 과자류부터 라면, 김치, 음료 등등 왠만한 건 다 있었다. 여기 살면 입맛이 안맞아서 느끼는 향수병은 조금 덜하겠구나. 식료품점의 물가도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비싸긴 했지만 터무니 없이 2배, 3배 이러진 않았다. 심지어 냉동으로 된 떡국떡도 있었다.
때는 설날이 다가오고 있는 2월 겨울이었다. 아시안 식료품에 들러 떡국떡과 김치, 한국 간장, 김, 이런저런 식재료를 사다가 나름 근사한,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듬뿍 담은 떡국을 끓여먹었다. 중국인들이 많아서 덩달아 이런 덕을 볼 때도 있구나. 음력으로 새해를 새는 중국 학생들 역시, 이 즈음 새해맞이 행사들을 곳곳에서 하고 있었다. 많은 아시안 학생들이 이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음식을 해먹는 모습이었다. 물론 주로는 테스코나 세인스베리(영국의 마트 체인, 한국의 홈플러스나 이마트와 유사) 같은 대형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해먹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학생식당이나 대학 근처의 5파운드 안팎으로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식당을 전전하기도 할 것이다.
가난한 청춘 유학생들에게는 그래도 숨통이 트일만한 대학도시에서의 생활상. [다음 편에 계속]
이 연재를 엮고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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