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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May 08. 2022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새 식물이 찾아왔다.

찰나는 영원을 지속하게 해

어제는 아빠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어왔어.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은 모두 네 개야. 작년 생일에 선물 받은 홍콩 야자와 올리브 나무가 있고, 그해 여름 동네 꽃집에서 산 알로카시아랑 블루스타가 있어. 식물을 기르는 일은, 관심을 주고 묵묵히 곁을 살피는 사랑을 닮았어. 그 곁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계절이 변하고 시간이 흘러가.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가 돼. 물을 마시고 볕을 쬐며 새 잎이 올라오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 작은 빛이 일렁이고, 군데군데 정체 모를 반점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에는 살깃에 닿는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지곤 해. 사랑은 책임을 끌어안아. 사실 난, 지난여름 이후로 더 이상 식물을 사지 못했어. 식집사의 첫겨울을 보내고  조금 겁이 났거든. 작은 식물도 보기엔 약해 보여도,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기를 쓰고 버텨내려고 하더라고. 그렇게 우리의 겨울이 지났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작은 변화도 보이지 않던 올리브 나무에도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했어. 요즘 난,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온 요 녀석에게 자주 눈길이 가. 얼마나 물을 주고 얼마큼 빛을 봐야 할지 관심을 가지는 중이야. 설렘은 늘 불안과 공존하는데, 조금의 설렘이 나의 큰 불안을 진정시킬 때 난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칭해. 참 사랑과 같아. 빨갛고 둥그런 열매를 맺기도 전에 시들어버릴까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차근차근 노력하는 순간에서 기쁨을 느끼고 위로를 받아. 햇빛이 강한 낮시간에 볕을 쬘 수 있게 화분 자리를 옮기고,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는 찰나의 순간이 영원을 지속하게 한다는 걸 알았어. 찰나는 사랑이 깊어지는데 충분한 시간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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