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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Jun 14. 2022

모든 게 다 여름 탓이라고

이번 여름은 지겨울 만큼 덥기를 바랐다

여름.

여름. 헤어짐으로 인한 모든 감정을 더운 날씨 탓으로 돌리기 쉬운 계절이었다.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한 이유는 날씨가 더운 탓이라며. 여름이 왔기 때문이라며. 더우니까 입맛이 없다며 며칠 내 식사를 거르는 일이 잦았고, 엄마는 웬일인지 밥 챙겨 먹으라는 잔소리 대신, 요즘 날씨를 탓하는 일을 거들어 주었다. 이번 여름은 지겨워질 만큼 더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시원한 가을이 오면 입맛이 좀 돌아오라고. 모든 기억은 객관화되어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지난여름 방학, 시원했던 바다, 쉬어갔던 벤치와 같이. 물론 예외는 있는 법이다. 숱하게 떠오르는 제어되지 않고 정형화되지 않는 감정들에 든든한 이유를 부칠 수 있어서 다행인 날들이었다. 모든 게 다 여름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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