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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익숙함을 벗고 새로움을 입었다

이민 후회에서 깨달음까지, 60대의 선택

by 김종섭
⑪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60대가 되면서 느끼는 변화와 삶의 전환점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어쩌면 인생 백세 시대 덕분일까, 수명이 연장되었으니 60세는 이제 인생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을 정산해 보자면, 그렇다고 미친 장사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남는 장사도 아닌, 아직은 본전 정도의 정산이 어렴풋이 다가선다. 인생 대부분이 남는 장사는 많지 않겠지만, 본전이라도 치면 손뼉을 쳐줄만한 성과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 오십 대 초반에 이민을 와, 이제 캐나다에서 60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을 떠난 지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1년에도 수십 번 바뀌는 세상에서 10년 동안 고국은 지형부터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그곳은 이제 낯설게 느껴진다. 떠나온 거리가 길어질수록 고향은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진다. 그동안 이민 생활을 하며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두 아들을 결혼시켰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가정을 이루었고, 내게는 두 며느리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일단은 본전을 찾은 느낌이다.


십 년 전, 캐나다행 비행기 안에서 모든 것을 태평양에 버리고 떠났을 때, 그때의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당시 나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운 상태였다. 캐나다라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순탄치 않았고, 이민 생활 초창기에는 종종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갈등의 시기를 겪었다. 그때는 이곳에서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항상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일렁였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한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두 아들의 결혼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며 내 삶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민 생활의 어려움은 존재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이전에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선택이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돌아보면, 한국을 떠난 것이 오히려 가족에게 더 나은 시간을 선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의 삶은 치열했고, 사회 구조는 나를 끊임없이 주변과 얽매이게 했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제한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선택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 결정이 나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더 나은 방향으로 작용했음을 깨닫고 있다.


이제 60대에 접어들며, 내가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가족의 형태가 변했듯, 내 삶의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것에 스스로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남은 삶에서 무엇을 더 추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민 생활의 어려움도 여전히 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새로운 가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힘을 준다.


아직도 가끔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스며 나오지만, 이제는 그 생각이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60대의 나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민을 후회했던 순간조차도 결국 내 삶의 일부였고,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이제는 후회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무엇을 놓아야 하고,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들. 그 끝에서 문득 깨닫는다. 내 삶의 전환점에서 내가 추구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삶이란, 수없이 뒤돌아보면서도 결국 앞으로 걸어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또 한 걸음, 나만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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