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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 그 길 위에서

캐나다 낯선 땅에서 다시 쓰는 삶의 이야기

by 김종섭
⑩이 시대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민은 단순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재구성이었다. 익숙했던 모든 것과 작별하고, 새로운 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많은 사람이 이민을 꿈꾸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민자의 삶은 시작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일자리 문제였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전문적인 일을 했지만, 캐나다에서는 그 경력이 곧바로 인정되지 않았다.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고, 머리를 쓰는 일보다는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영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에 늘 유감스럽게 실력이 쉽게 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릴 것 없이 생계를 위해 아무 일이라도 해야 했다. 많은 이민자가 그렇듯, 기술직이 아닌 이상 한국에서의 직장 경력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화려했던 직장 경력 대신 가드닝, 식당, 그릇 닦기, 현장 보조역할 등의 일을 해야 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일을 배우면서 현지의 문화와 시스템에도 익숙해졌다.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위한 취업 과정도 쉽지 않았다. 실력과 경력보다는 현지 경험이 중요했다. "캐나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난감할 때가 많았다. 다행히 작은 일부터 시작해 경력을 쌓는 것보다 우선 생활적응이 익숙해지면서 좀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정착하면서 느낀 것은 캐나다의 생활방식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속도가 중요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여유가 생활의 일부였다. 은행을 가도, 관공서를 가도 급한 것이 없었다.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듯 보였고, 차분히 기다리다 보면 대부분의 일이 해결되었다.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겼고, 퇴근 후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처음에는 그 여유가 낯설었지만, 점차 그 속에서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들도 오랜 캐나다 생활로 인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혔다. 어느 순간부터는 캐네디언 이상의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가끔 아이들이 집에서 영어로 대화할 때면, 내가 오히려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직장 내에서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곳에서는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그 방식이 어색했지만, 점차 나도 내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갔다.


이민 생활이 늘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캐나다의 자연은 경이로웠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공원이나 산책로를 찾아다녔다. 바쁘게 살았던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 주었다.


이민자의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배운 것들도 많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인내와 끈기를 배웠고, 무엇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언어, 문화, 직장, 인간관계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결국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평생을 걸고 만들어 가는 삶의 또 다른 여정이었다.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했지만, 결국 선택한 길 위에서 행복을 찾으며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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