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0대에게 쓰는 편지

세상을 처음 마주했던 너에게

by 김종섭

열몇 살의 너. 친구들이 거울 앞에서 여드름을 걱정하던 시절, 너는 그런 고민에서 조금 자유로웠다. 여드름 하나 없는 얼굴을 당연하게 여기며, 친구들이 겪는 불편함은 너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여겼다. 어른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마냥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몸이 크면 마음도 따라 자라고, 그러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그때의 너는 모든 게 버거웠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은 매일 같았고, 늘 잔소리처럼만 들렸다. 밥 먹어라, 공부해라, 씻어라. 익숙하고 반복되는 말들이 너를 숨 막히게 했고, 세상이 너를 억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되면 이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믿음으로 서둘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그 시절은 늘 불안했다. 나는 무엇을 잘하지? 왜 나는 저 친구처럼 못할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물으며 스스로를 의심했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하루를 넘겼다. 모르는 걸 아는 척, 아는 걸 모르는 척하며 감정을 숨겼고, 그렇게 너는 ‘척’이라는 껍질로 자신을 감췄고,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익혔다.


몸도 마음도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랐고,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버티다 보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라 믿었다. 10대의 너는 비교하고, 질투하고, 상처받고, 미워하고, 울었다. 세상이 너무 비관적으로 느껴졌고,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반항심도 생겼다. 그게 너의 사춘기였다.


어느 날엔 ‘인생이란 뭘까’라는 질문 하나에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감정 속에서 작은 말 한마디에 무너졌고, 친구의 말 한 줄에 마음이 쉽게 흔들렸다. 감정이 요동치던 시간이었다. 그 시절의 이름은 사춘기였다.


그럼에도 너는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고, 무작정 버텼다.


지금의 나는 안다. 그 혼란스럽던 감정들이 바로 자라나는 성장통이었고, 그 방황은 삶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 시절 너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누구의 칭찬도, 성적표도 아닌 “너는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난 괜찮아질 거야”라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습이 참 기특하다.


지금 나는 너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맙다. 그 시절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줘서. 네가 버텨줬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 시간들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특별한 삶을 살지는 않지만, 너는 너의 자리에서 충분히 치열하게 살아냈다.


사랑한다. 말없이 울고, 말없이 참았던 그 시절의 너를.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아직도 어색하고 쑥스럽다. 아마도 내가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그 시절의 추억을 안고 너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 시절의 너는 참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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