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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주방에서 펼쳐진 새우젓 두부찌개의 기억

순두부 대신 두부, 우연한 변신 속에 전해준 어머니의 손맛과 그리움

by 김종섭

오늘 저녁에는 순두부찌개를 만들어 먹으려 했다. 얼마 전 아내가 사 온 순두부가 냉장고에 있어, 별다른 레시피 없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다시마와 멸치를 넣어 육수를 끓여 놓고, 이제 순두부만 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순두부가 아닌 그냥 두부가 있었다. 냉장고를 열기 전까지는 줄곧 순두부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순두부는 포기하고, 대신 두부로 두부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뜻밖의 변신이었지만, 오히려 내 입맛에는 더 잘 맞았다. 운명이 따로 없었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부찌개의 맛은 어머니의 손맛에서 비롯되었다. 어머니는 두부를 송송 썰어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정성스럽게 끓이셨다. 겉보기에는 맑은 국물에 두부만 떠 있는, 다소 밋밋한 모양새였지만, 그 맛만큼은 늘 깊고 따뜻했다. 흔히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만, 이 두부찌개는 그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지인이 소속된 단체에서 고향인 강화도로 문학기행을 간 적이 있다. 점심시간에 한 식당에서 ‘젓국갈비’라는 음식을 처음 맛보았는데, 새우젓과 두부, 갈비를 넣어 끓인 국물 요리였다. 지인은 이것이 강화도의 대표 향토 음식이라며, 강화 특산물인 새우젓에 돼지갈비, 두부, 여러 채소를 넣고 맑게 끓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해 시원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새우젓 두부찌개를 자주 먹었다. 하지만 ‘젓국갈비’라는 메뉴가 있다는 것은 그때 처음 알았고, 처음 맛보았다. 아마도 원조는 어머니의 새우젓 두부찌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먹은 젓국갈비는 여기에 갈비를 더해 만든, 일종의 발전형 신메뉴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새우젓 두부찌개는 아내도 가끔 해주곤 했다. 내가 언젠가 그 맛이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아내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칼하고 구수하던 그 맛은, 식재료가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육수에 두부를 송송 썰어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새우젓 두부찌개를 짧은 시간 안에 그리움과 함께 완성했다. 그 맛엔 새우젓보다 더 진하게 어머니의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모처럼 저녁 식탁에서 어머니의 손맛과 추억을 함께 음미하는 시간이 되었다.

요즘 가족 식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할 때면 어머니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어떤 음식을 만들 때도 어머니의 손길을 떠올리고, 어떤 음식을 먹을 때도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내곤 한다. 추억이 음식에 진하게 스며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처럼 새우젓 두부찌개를 먹으며, 비단 오늘의 음식뿐 아니라 모든 음식에 어머니의 손길과 그리움이 묻어 있음을 느낀다. 오늘처럼 남편의 자격으로 주방 점령은 아직 미숙하지만, 주방을 점령하기를 잘한 것 같다. 순두부찌개에서 두부찌개로 요리가 변경되었지만, 오히려 그 변화가 잘 어울려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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