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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Apr 17. 2024

6천 원의 행복한 변신

종로에 가면 6천 원의 행복을 파는 곳이 있다

오랜만에 종로에 갔었다. 종로거리는 옛날과 특별하게 달라진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변하지 않은 도심이 한층 더 친근함으로 다가서는지 모른다. 옛날 종로거리는 젊은 세대가 붐벼나 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를 걷는 매 순간 기억은 머릿속으로 분주히 옛 추억을 소환해 가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종로 5가 광장시장이다. 종로 2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종로 2가에서 종로 3 방향으로 걸어갔다. 측으로 탑골 공원이 선명하게 다가선다. 길옆 쪽으로 빈 상가가 제법 눈에 띄었다. 다른 도심의 거리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이. 종로 명성이 옛날만 못했다. 상권도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듯했다.


시대 변화에도 오래된 낡고 작은 상가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가 골목은 사람하나 겨우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것이 특징이다. 골목은 산업 근대화에 일조한 상인들의 길목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한때는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전업사가 성업하던 골목이기도 하다. 상가 지하에는 예전에 없었던 이발소가 생겨났다. 이발소의 영업을 알리는 회전등이 열심히 돌고 있다. 빨강, 파랑, 흰색의 조합은 멀리서도 배길 안내를 돕는 등대의 존재감과 같다. 종로거리는 도심이 균형을 잃어가고 있지만, 오늘은 친근한 정취를 담는다.


회전등 안에는 이발 6천 원이라는 요금표가 같이 돌고 있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상상도 못 금액이다. 가격에 눈을 의심해 보았지만 6천 원이라는 요금이 맞았다. 약소장소에 일찍 도착하여 친구와의 만날 시간도 여유 있게 남아있다. 이발요금도 싸고 머리를 자를 때도 되어 이발소 출입문을 열었다. 3명의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또 다른 여유 좌석에는 이미 염색을 끝내고 머리를 감기 위해 대기하고, 기다란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손님까지, 이발소안에는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잠깐동안 이발소 안 풍경을 살피고 황급히 문을 닫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발소안에의 손님 전부가 노인분들이었다. 그분들의 이발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겠다생각 문득 들었다. 이발 요금이 싼 이유 중 하나가 노인을 위한 봉사측면에서 운영하는 이발소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운상가가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상가 앞에는 높은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세운 상가 재 건축 현장이었다. 종로 4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회전등이 돌고 있었다. 그곳은 방금 전 보았던 이발소에 비해 천 원이 비싼 가격이었다. 회전등 안에는 오천 원이라는 옛날 가격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가격을 미처 교체하지 못하고 회전등 바깥 부분에  7천 원이라는 가격표를 종이에 써서 붙여 놓았다.


사실, 요즘은 이용원을 한번 이용하려 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었다. 때문에 머리를 자를 시기를 놓쳐버리곤 할 때도 생겨났다. 종로에는 탑골 중심으로 노인분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다. 종로거리는 노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와  주변으로 저렴한 가격의 식당들이 제법 많이 몰려 있다. 종로거리는 노인분들에게 행복을 파는 곳이 많다는 하나의 방증의 장소 일 수도 있다. 예전처럼 종로거리가 활기는 없지만, 사람 살아가는 내음이 짙어 있어 종로거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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