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인 오늘도 밴쿠버에는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레인쿠버 (Raincouver)라는 명성을 크리스마스에도 굳건하게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날씨 탓 때문일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여전히 기대감없이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희망에서 멀어져 갔다.
저녁 6시, 이른 저녁임에도 도시는 적막하다. 도시가 깊은 밤에 취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어둠 속에는 가로등 불빛사이로 빗줄기만이 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인 오늘 아들집으로 초대를 받아 가는 중이다.
도심의 도로 또한 한가한 탓에 차량의 진로방해 없이 단숨에 밴쿠버 시내 인근에 있는 아들집에 도착했다.
며느리는 식탁에 먹을 음식을 이미 세팅해 놓았다. 작은 아들은 올 12월 초순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처음정식으로크리스마스 저녁초대를 받았다. 식탁에는 소갈비와 으깬 감자샐러드와 살짝 구워낸 브로콜리를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있다. 마치.레스토랑에 올려진 스테이크를 연상하게 한다. 고기가 입에 와닿는 순간 살살 녹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음식맛에 야박하다.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음식 맛감이 뛰어나지 않은 입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맛에 대해 후하게맛있다고환호해주고 싶었다. 나이프(knife)로 고기를 써는 순간 고기 살이 가볍게 썰려나갔다. 입에 닿는 느낌 또한 예전 어디에서도 느껴 볼 수 없었던 맛이다. 질감이 부드럽고 달콤했다. 솔직히 이렇게 부드러운 고기는 내 생애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을 내기 위해 3시간이나 끓여냈다고 한다. 식탁 위에는 아내가주문해 온 연어회도 함께 올려놓았다.
식사가 끝나고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넸다. 이미 내용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선물을 받았다. 아내는 아들 집으로 출발 전 선물에 대한정보를 살짝 흘렸기 때문이다.
"준우아빠 애들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요?"
"뭔데"
"애들이책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아들과 며느리는 아빠에게 어떤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지만, 특별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엔아들과며느리는책을 선물로 하는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냈다. 아내는 선물이 무엇인지끝까지 비밀로 하려다가 혹시나, 아들내외가 선물한 책이 마음에 안들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미리 선물이 무엇인지 출발 전에말을해주었다.
아들내외가 준비한 선물이 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하필이면 무슨책이야ᆢ, 사실, 준비해 놓았다는선물이 불만족스러웠다. 아내가 이런 남편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크리스선물을 미리 공개한 한 이유이기도하다.
우리 부부는 돈이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돈 봉투를 준비했다. 아들은선물포장지를 내밀면서뜯어보라고 했다. 책 두 권이 나란히 포장지에서 벗겨져 나왔다. 예상했던 선물이었기에 미리부터 기대치는 없었다. 다만.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내용의책일지가 궁금했다.
아낌없이주는 나무(셸 실버스타인 지음)
아들이 선물해 준 책의 제목은 "아낌없이주는 나무라"는 책이다. 어렸을 때가장 감명을 깊게 받은 책이라고 소개한다. 아내는어릴 때부터 이 책을 아들에게 수없이 읽어주었다고 한다.아들이 유년기 시절 감명을 받았던 책을 오늘 크리스마스에아빠에게 줄 선물로 준비한 것이다. 아들이 책을 선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이런 생각을 가진 아들이 대견스럽고 이젠 아들 마음이 성숙한어른의 마음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셸 실버스타인 지음)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그는 어린 소년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재능 있고 다재다능한 셸 실버마인이 아름답게 쓰고 그림을 그린 잊을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
매일 소년은 나무에 와서 사과를 먹고, 가지를 흔들거나, 나무줄기를 미끄러져 내려갔고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나무가 자라면서 그는 나무에게 더 많은 것을 원하기 시작했고, 나무는 그것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보낸 사람은 슬픔에 잠겼고, 조언에 따라, 실버스타인은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을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연령대
(책표지에 쓰인 전문이다)
앞으로 나아갈 길(yung pueblo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앞으로 나아갈 길, 며느리가 선물한 시집이다. 시아버지의 마음에 평화를 얻기 위해 준비한 시집이라고 한다. 2023년인 작년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며느리는마음에 치유가 될 만한 시집을 준비했다고 한다. 내용이 시로 구성된 시집이고 더구나 영어로 된 책이기 때문에 한글로 번역해서 읽고 이해해야 할힘든 과제가 남아있다. 일종에 완전한 한글 번역시로 만들어 내야 하는 고난과도 같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선물한다고 했을 때 사실, 못마땅했다. 특정한무엇인가 값비싼 선물을 원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가지고 싶은 것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사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아내는 항상 "책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글 쓰는 사람 맞아요" 어떤 상황에서잘못된 표현할 때도 "글 쓰는 사람맞아요" 평상시 이러한 말을 자주 듣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런 나에게 책을 선물로(?)ᆢ,
남편은책 선물을 받고 분명히실망할 것을 알고 있기에 아내의마음은 내내 불편했을 것이다.
선물의 가치도 가치이지만, 무엇보다정성과 따뜻한 마음이 묻어 있는 선물이었기에 올해 크리스마스는마음이 커져가는 풍요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