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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엠디 Jul 21. 2021

MBTI:리더의 DNA를 타고난 엔티제(ENTJ)

의식의 흐름에 따른 MBTI 고찰: 내가 만난 ENTJ

※주의: 이 글은 일기이자 MBTI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글로써,

어떠한 일반화나 비방의 목적이 없음을 사전에 밝힙니다. 해당 주제에 대해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MBTJ에 미친 사람이 끄적거린 낙서같은 글로,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장마가 시작됐다. 작년보다도 열흘 넘게 늦게 찾아온, 7월의 장마이다. 늦게 찾아온 만큼 유난인 건지 올해 장마는 유독 강한 위세를 떨칠 거라고들 한다. 으레 장마 전선은 한반도 남쪽부터 서서히 북상해 올라왔기에 사람들에게 준비할 마음의 시간을 주곤 했다. 그러나 올해의 장마전선은 일거에 전국을 영향권 안에 몰아넣고서는, 정확한 예측조차 어렵게 자꾸만 변덕스러운 양상을 띈다. 참 악질인 녀석을 만났다. 오늘의 글은 악질인 늦장마 DAY1을 맞이하는 글이다. "



[장마와 비냄새]

 

 장마는 길 장(長) 과 고유어인 ‘마ㅎ’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도대체 얼마나 길면, 이름부터가 긴 비일까? 적당한 장마는 농업에 지대한 도움을 주며 미세먼지나 산불 걱정을 덜어주기도 한다지만, 그 특유의 날씨는 사람들의 기분을 우울하게 한다. 꿉꿉함을 남기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남몰래 장마기간을 기다리곤 했다.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비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 방 창문을 가만히 열어 두었을 때 바깥에서 흘러 들어오는 비 냄새를 가장 좋아한다. 집 앞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비가 오면 흙냄새와 나뭇잎 냄새가 비에 섞여 싱그러우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내가 일부러 비 오는 날에는 약속을 자제하고 집에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비 온 다음날의 산행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장마가 되면, 자석처럼 나무 향기에 끌린다. 고소한 톱밥향기와 연필향기가 그리워서 책을 손에 쥐고 실컷 종이 냄새를 맡으며, 한편으론 자꾸만 글을 쓰고 싶어진다. 커피 원두 볶는 고소한 냄새가 연상되어 문득 카페에 홀로 앉아 있는가 하면, 현악기가 그리워 바이올린 소리를 찾는다. 


[바이올린, 비 오는 날이면 목재악기가 그리워지는 악취미]

 

 늦게 오는 장마를 남몰래 짝사랑했나보다. 장마가 오기 이틀 전부터, 평소에 듣던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내려놓고 주구장창 온갖 현악기 음악을 듣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실 장마철이 되면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워낙 습도에 예민한 목재악기들이다보니, 습도가 높아지면 쉽게 갈라져버리거나 소리가 변하고 만다. 특히 바이올린은 예민 끝판왕의 악기로 지나치게 습하면 아교가 녹아버려 접합부가 활짝 열려버릴 수도 있어 주의해야한다. 바이올린은 아주 예민하고도 여린 녀석이라 습도계로 항상 체크해서 적절한 습도를 맞춰야 하는데, 이런 장마기간에는 제습제와 댐핏(습도를 보충해주는 도구이다)를 함께 넣어 놓아도 습도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장마가 되면 그저 울상일텐데 나는 도리어 장마가 오면 바이올린 연주곡을 찾는 악취미를 가졌다. 그것도 아주 섬세하고도 예민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훌륭한 바이올린을 소중히 켜는 소리를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란, 활을 아주 잘 다루어 느리고도 섬세한 소리의 파동을 오랜시간 낼 줄 아는 음악가이다. 연주자가 활로써 현을 조심스레 마찰시키면 현의 진동은 브릿지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브릿지의 진동은 다시 바이올린의 앞 판을 거쳐 몸 전체에 전달되어, 웅장하고도 기개가 당당한 나무소리(아마도 바이올린을 만든 장인이 고르고 골랐을 그 나무)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마도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왔을, 중후한 나무의 소리를 말이다. 특히 몇 백년 이상 살아왔을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리네리 바이올린의 소리는, 일견 음악을 듣고 있는 나 자신을 우주의 작은 존재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편견과 typical: 악기는 켜는 사람의 성격을 닮는 다던데]


  음악 전공자들은 성격 또한 그 악기를 닮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금관악기 연주자들은 호탕하고 술을 좋아하며, 단순한 편이며 성격이 좋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제일 예민하고 까칠하다 라는 식의 농담이다.  물론 사람을 딱 부류를 나누어 정의할 수 없듯, 다소 조심스럽고 무서운 편견이겠다만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떠돌던 유명한 우스갯소리라고 한다. 아마도 바이올린의 경우 습도와 온도에 매우 예민해서 연주자가 조율하기도 어렵고 다루기가 까다롭다 보니 저런 수식어가 붙었으리라. Typical과 편견은 한 끗 차이라서, 가끔 나는 편견이란 무엇일지 생각해보곤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 유형에 속한다고 해서, “모든”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나, 때로는 보편적이라는 이름 아래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편견을 자행하곤 한다. 


[편견과 Mbti] 


 편견 이야기는 일종의 밑밥이나 다름없다. MBTI에 과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출이랄까. “난 미리 얘기했다?” 와 같은 스포성 발언 앞에 꼭 깔리는 “스포주의”표식과도 같다. 나 스스로를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으나, 나는 사실 편견 덩어리이다. 때로는 그런 Typical한 유머들을 나누는 게 솔직히 너무 즐겁다! 그것이 내가 mbti에 과몰입하게 된 계기이리라. 16개의 유형으로 인간을 나눈다는 것이 다소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인간 군상을 16개나 되는 유형으로 나눠보고 각자 어떻게 다른지 고찰하고 생각해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과연 심도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다시 한번 재미는 재미일 뿐, 어떤 사람을 틀에 가두는 행위는 편견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점을 나 스스로도 명심하면서. . .mbti 고찰을 조심스레 시작 해보려 한다.

 


[타고난 리더의 DNA: 오케스트라의 악장, 바이올린과 ENTJ]


  바이올린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바이올린은 솔로로도 화려하게 빛나지만, 오케스트라에서 단연 독보적으로 빛나는 악기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파트는 거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바이올린에는 가장 많은 단원이 배치되며, 메인 선율을 담당한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띄고 있다. 어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가서 해당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궁금하다면, 망설임없이 바이올린 첫번째 줄 가장 앞자리를 보면 된다. 제1 바이올린 첫번째 줄의 맨 앞자리 연주자가 악장(콘서트마스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불문율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면, 맨 앞자리 바이올리니스트가 홀연히 일어나 지휘자와 악수를 하는 장면은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악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그는 리더와 다름없다. 지휘자의 지휘를 “음”으로써 악단 전체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악장의 활을 보고 맞춰서 보잉을 하며, 악장의 악보를 보고 악보를 따라서 베낀다.  ENTJ 또한 그렇다. 그들은 외롭고 고독한 지휘자의 역할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군중을 자연스레 이끄는 바이올리니스트(악장)이다. 그들의 가치는 혼자 있을 때보다는 사람들과 있을 때 빛이 난다. 그것이 경쟁의 순간이든, 협동의 순간이든 말이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리더의 역할을 한 바이올린이지만 조율을 할 때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조율은 보통 금관악기인 오보에가 맡는다.  오보에가 기준음인 A(라)음을 소리내면, 다른 모든 악기들이 해당 음에 맞춰 조율을 한다. 그렇다면 바이올린은 왜 조율음을 맡기 어려울까? 바로 앞서 이야기했듯 소리,온도,습도 등에 까다롭고 예민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상황이나 조건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소리가 변해버리는 악기이기에, 조율을 맡기는 적절치 못하다. ENTJ는 T 성향이지만 바이올린처럼 주위 사람의 감정이나 상황, 조건 등에 예민한 편이다.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어내는 타고난 능력 덕분에, 역으로 주위 사람들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다. 주위 사람들과의 티키타카나 합이 얼마나 잘 맞느냐- 궁극적으로는 ENTJ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주위의 방해요소가 얼마나 없느냐- 가 그들에게는 중요한 안정요소 중 하나이다. 그래서 늘 친화력 있는 중재자가 ENTJ에게는 필요하며, 잘 협동된 조직은 그들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곤 한다.


[케이스 스터디: 내가 사랑하는 ENTJ에 대한 고찰] 


 내가 요즘 가장 사랑하고 심취해 있는 등산모임에도 다재다능한 리더가 ENTJ이다. 똑똑하고, 항상 자신감에 차 있다. 리더를 따로 정한 적은 없지만, 모두가 그녀를 리더라고 잠재적으로 인정한다. 그녀는 못하는 것이 없이 다방면에서 다재 다능하다. 그러면서도 밝고 쾌활하여 주위에 좋은 에너지를 주며, 어떤 상황에서든 그룹을 통솔하고 리딩한다. 리더의 dna가 있다고나 할까. 첫 산행을 떠났을 때, 바위를 건너지 못해 두려워하는 나에게 선뜻 내밀었던 손을 잊기가 참 어렵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바위 위에서, 타인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그 사람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한다는 의미이다. 행여 내가 넘어졌더라면? 상상하기도 싫다. 감동을 느꼈을 때 그 잔상을 오랜시간 간직하는 나로서는 그 날의 산행이 그래서 잔상이 오래 남는다. ENTJ의 리더란, 이처럼 닮고 싶은 모습이 많아 선망할 수밖에 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으며, 한편으론 그 카리스마에 기분좋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자석과 같은 에너지를 지녔다. 



 이야기가 다소 길어졌는데, 적어도 내가 봐왔던 ENTJ는 그렇다. 누군가에게 폐 끼치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며, 무능한 사람을 싫어하고, 성취에서 기쁨과 짜릿함을 얻는다. 승부를 즐기는 타고난 승부사의 기질이 있고, 경쟁을 사랑하며 승부의 과정이 험난하고 어려울수록 짜릿해 한다. 

 여기까지가 온갖 편견과 클리셰로 범벅된 나의 ENTJ 고찰기였다. 다시 한번 Mbti는 재미로 하는 것이며 모든 사람들을 16개의 틀에 가둘 순 없음을 이야기하며 , 여유가 된다면 계속해서 MBTI에 대해 고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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