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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엠디 Mar 13. 2024

9년차 대기업 직장인 퇴사일기1

퇴사일기: D-21 

저는 인문대 졸업생입니다.취업을 위해 비록 경제학 복수전공을 했지만,

대학을 다니는 내내 누구보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어요.평생의 꿈이 작가였을 정도이니까요.

대학원까지도 가고 싶었던 맘이 컸지만, 당시에는아버지 사업이 잠깐 휘청할 때였습니다.

또 인문대 석사까지 졸업해서 너 뭐할건데-? 라고  주위에서 저를 만류하는 경우도 참 많았고요. 

더구나 저는 세 자매 중의 맏딸인지라 그래도 취업을 빨리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지요.


학점 관리, 대외활동, 동아리, 봉사활동, 인턴십 등을 열심히 하며 취업준비를 2학기 정도 하였습니다. 사실 공대생 선호가 지금보다 만연하던 당시에, 인문대 학생이 갈 수 있는 취업 선택지는 그리 넓지는 않았습니다.

 유통업/은행/영업관리/승무원 등이 제가 지원해 볼 만한 곳이었습니다. 


저의 대학교 전공이 불문학이다보니 뷰티나 패션 사업 쪽에서 컨택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 제가 취업하던 2016년 당시에는 마침 운 좋게다양한 유통사들이 해외사업으로 저변을 넓혀가던 때인지라 외국어 특기자가 유리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종 면접을 보러갈 때마다 불어 면접을 준비해갔고 아주 뛰어난 어학 실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회사에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유통업 패션 MD로 업시작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8년 3개월을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어찌보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지독하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회사 일에 몰입했던 워커홀릭이었던 것 같습니다.성취감도 많이 느끼고, 좋은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고 사회생활이 주는 짜릿함과 폭발적인 에너지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실적 부진, 그리고 코로나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산업구조를 온 몸으로 체감하며 

급격한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매달 월급에 중독되고 더러는 주말까지 일로 바쁜 자극적인 생활에 중독되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뭐지? 내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들기는 하더라고요. 너무 급하게 달려오는 동안 내 모습이 어땠는지 뒤를 그제야 돌아볼 여유도 생겼습니다.


타인에게도 좀 더 친절할 걸,이런 부분은 내가 좀 더 주관을 가지고 행했으면 좋았겠다 -과연 나는 성숙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는가?업무를 함에 있어 불평불만을 좀 덜 할걸-과거에 대한 후회가 사무치듯 밀려왔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삶을 바라보는 마인드 셋도 재 정립하고 올 해는 열심히 살아봐야지! 으쌰으쌰 스스로 다시 에너지를 얻던 2024년이었어요.


회사에서 동기와 후배가 기획한 신상품 옷을 입고 즐거워하는 저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 끝에 저는 퇴사를 선언하게 됩니다.

그것도 온전히 저만의 이슈가 아닌, 남편을 따라 2년간 훌쩍 연고 없는 미국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퇴사하기로 한 4월3일까지 딱 22일이 남은 시점입니다. 오늘도 아침 9시15분부터 수 많은 미팅들이 있고,더러는 야근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을만한페이퍼워크들도 있는데요, 놀랍게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오전입니다.



앞으로 미국살이 준비, 퇴사 준비, MD 로 살아왔던 시간들그리고 앞으로 살게 될 백수생활 일기를 

담담하게 브런치로 매일 글을 남겨보고자 합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어제보다 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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