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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 글쓰기 좋은 질문 159번

by 마하쌤

* 연령대가 다른 세 사람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있다. 이 중 한 명은 당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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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뭐가 있을지부터 생각해봐야겠군.


보는 순간 "아악! 내 눈!" 하고 눈을 가리고 싶어지는 것들,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뭐가 있을까?

음...


노출된 장소에서의 남녀의 지나친 애정행각 같은 것들.

(이런 걸 볼 때마다 "Get a room!"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영어 표현은 절대 잊지도 않음!)

혹은 길거리에서 부적절하게 생리 현상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노상방뇨) 같은 것들.

아니면 누군가의 토사물이라던가, 누군가의 대소변이라던가,

아, 낭자한 피 같은 것도 보기 싫은 것에 속하겠네.


그 외에도 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쌍욕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야 호기심에 저절로 눈길이 가고,

내심 누가 더 잘못인지 가늠해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긴 하지만,

그걸 계속 보고 있노라면 눈과 귀와 마음이 전부 다 더럽혀지는 마음이 든다.

똥물을 뒤집어쓴 기분 같다고나 할까?


혼자 통화하면서 전화 반대편의 상대와 싸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상대방의 말은 듣지 못하니까, 결국 한쪽 얘기만 일방적으로 듣게 되는 셈인데,

전화로 싸우는 경우의 대표적인 특징이,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고 또 한다는 점이다.

싸움의 논리가 전혀 발전이 없고, 그저 감정만 더 격화되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 또한 듣고 있노라면 무지하게 피곤해진다.

남들이 싸우는 건데도, 내가 싸우는 것만큼이나 피곤해진다.



아, 근데 '보고 싶지 않은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뉘앙스가 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뭔가 뒷거래나 비리, 비밀리에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 같은 것들이 보지 말아야 할 것에 해당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거나,

대량의 마약 밀수 현장을 목격한다거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거나,

아무튼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몰래 하고 있는 현장 같은 게 다 해당될 것 같다.


근데 이게 참 어려운 게,

보려고 해서 본 것도 아니고, 보고 싶어서 본 것도 아닌데,

그저 지나가다 보여서 보게 된 것 뿐인데도,

이런 나쁜 일에 얽히게 되면, 큰 곤란을 겪게 되곤 하니 말이다.

그래서 보고도 못 본 척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


연령대가 다른 세 사람이 본다면,

다들 자기가 아는 만큼의 한계를 가지고 그 장면을 해석할테니,

제각기 다른 반응이 나올 것이고...


갑자기 뭘 보거나 알게 되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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