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당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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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강의하러 갔을 때마다 달라지는 컴퓨터 환경이다.
전자 교탁이 있는 데도 있고, 데스크탑이 있는 데도 있고, 노트북이 있는 데도 있는데,
환경이 열악하면 열악한 대로 어렵고, 환경이 너무 좋으면 좋은 대로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이런 기계들이랑 친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USB에 PPT 파일을 담아가서 꽂는 것 밖에 없는데,
그것 외에 컴퓨터 관련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내게 너무나 큰 사건처럼 느껴진다.
동영상 재생이 안 된다거나, 화면에서 소리가 안 나온다거나,
듀얼 모니터여서 마우스를 이쪽 저쪽으로 크게 왔다갔다 해서 내 화면을 찾아와야 한다거나,
파일이 안 읽힌다거나,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된다거나, 키보드 인식을 못 한다거나,
이런 일들이 항상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강의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컴퓨터 환경부터 체크하는데,
그 정도로 일찍 가게 되면 설령 어떤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해 수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빵꾸 안 내고 근근히 강의를 해온 것 같아서,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용솟음친다.
그만큼 나에게 이 컴퓨터 기기와 관련된 문제들은 늘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최고 이슈이다.
이게 부동의 넘버 1이고,
그 외에는...
음... 학생들의 지나친 애정 공세나 선물 공세, 이런 거 많이 곤란하고...
또... 휴대용 티슈를 늘 가지고 다니지만, 이게 똑 떨어져서 없거나, 많이 필요한데 몇 장 안 남은 경우 곤란하고...
아! 약속과 다르게, 갑자기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경우들,
원래 하기로 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은근슬쩍 해주시면 안 되냐고 밀어붙이는 경우에 굉장히 곤란하다.
그러면 이제 총 네 개 쓴 건가?
마지막 하나는...
만나기 힘든데 만나자고 연락 오는 경우가 곤란하다.
나는 한 명인데,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다수여서,
나는 그들을 다 만날 수 없어서 버겁지만,
그들은 내가 자기만 안 만나준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ㅠ.ㅠ
내가 일이 많아서 바쁠 수도 있고,
일은 없어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쉬고 싶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그냥 아무데도 나가고 싶지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도,
내가 거절하면 꼭 자기를 싫어해서 피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별 일도 없으면서 꼴에 바쁜 척 한다고 생각하고,
혼자만의 앙심을 품는 것이 너무 곤란하다.
하아...
쓰다 보니 마지막 것이 심정적으론 제일 곤란한 거였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놓은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에혀...
너무 힘들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