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재자 한 명을 선택하라. 음식 소화시키기, 잠자기, 칫솔질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중심으로 그 독재자의 아침 혹은 하루 일과를 상상해서 써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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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독재자라고 특별히 다를 거 있겠나.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눈 뜨면 자기도 모르게 기지개 켜고,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좀비처럼 화장실로 걸어가서는,
밤새 참았던 용변 보고,
세수하면서 정신 차리고,
이 닦으면서 꼬라지(?) 좀 체크하고,
씻어야겠다 싶으면 샤워하고, 괜찮겠다 싶으면 머리 빗고,
출출하니 부엌 가서 뭐 먹을까 냉장고 열어서 들여다보다가,
식탁에 이것저것 꺼내놓고 옷 입으러 가겠지.
글쎄... 독재자라면,
이 부분에서 나랑 어디가 어떻게 다르려나?
독재자가 일반 정치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려나?
그런데 그게 과연 매일매일의 일상조차 위협할 만한 수준이려나?
만일 그렇다면,
저 평범한 일상의 풍경에 추가되는 것이 경호원들이 될 수도 있겠고,
옛날 왕들처럼 기미 상궁 같은 역할을 하는 직원이 추가될 수도 있겠고,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창문의 커튼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을 수도 있겠고,
(커튼은 쳐놓고 실내 전등만 켜고 생활하는 거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게)
침대 머리 맡에 항상 총이 놓여져 있을 수도 있겠네.
하지만 그 정도 위협 속에 사는 독재자가 아니라면야,
나랑 달리, 이 사람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TV부터 켜서 뉴스를 볼 지도 모르겠네.
비서들이 식탁에 가져다놓은 조간 신문부터 쫘악 훝을지도.
적어도 자기 손으로 아침을 챙기진 않을 테니,
누가 잘 차려진 밥상을 가져다 줄 것이고,
아! 오늘 일정을 줄줄 읊어주는 사람도 있겠네.
뭐, 요 정도 다르려나?
독재자한테도 독재가 일이듯이,
일반인들한테도 각자 맡겨진 일이 있을 거고,
밖에 나가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는 깨끗해야 하니까,
아침마다 나름의 개인 정비 시간(?)을 갖는 것은 공통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독재자가 나보다 걱정이 더 많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독재할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이면,
적어도 일상다반사 속에서 걱정하다 말라죽는 나보다야 훨씬 낫겠지.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