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자신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하는 사람 한 명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만일 그 사람이 거짓말을 멈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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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좋은 글감이다!
다른 사람들한테 거짓말하는 사람 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테니 그 얘길 좀 해야겠다.
내가 번아웃이 되었을 당시에,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했던 거짓말이 이거였다.
"난 괜찮아. 잘 해나가고 있어. 힘들지 않아. 난 즐거워."
ㅋㅋㅋㅋ
지금 쓰면서 다시 보니 너무 웃긴다.
진짜 새빨간 거짓말들이었네.
내 말은 나 자신을 속일 수 있다.
내 마음은 나 자신을 속일 수 있다.
내 의지도 나 자신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절대 못 속이는 게 바로 내 몸이다.
몸은 너무나 정직해서 '아닌 건 아니다'라고 바로 말해준다.
예를 들어,
'맛있으면 제로 칼로리',
'맛있게 먹었으면 그게 바로 몸에 좋은 것',
이런 식으로 입이 땡기는 대로 나쁜 것을 많이 먹을 순 있겠으나,
몸은 너무도 정직해서 결국 그렇게 먹은 것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몸으로 치르게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스트레스, 마음의 근심, 걱정, 마음의 두려움 같은 것들도,
난 괜찮다고 무시할 수 있고,
잘 버티고 있는 거라고 다짐할 수는 있어도,
결국엔 몸에 그대로 누적되어 가다가, 결국엔 빵! 병으로 터져버리고 만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번에 10년 만에 뮤지컬 대본을 다시 쓰면서도,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또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힘들고 버겁고 어려워 죽을 것 같은데도,
생각보다 잘 써진다는 둥, 나쁘지 않다는 둥, 잘 하고 있다는 둥...
하지만 몸은 역시나 정직했다.
대본 쓰는 기간 내내 몸에서 긴장과 스트레스가 떠나지 않아서,
역대급 변비를 겪고, 근육이 죄다 굳어서 딱딱해지고,
머리엔 어지럼증이 생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그냥 솔직하게 징징거리고 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고.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고.
나 좀 도와달라고.
내 상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인정하면 바로 무너질까봐 겁이 나서 그런 걸까?
인정해봤자 어차피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는 거고,
끝내 힘듦을 인정 안 하고 하는 것과 인정하고 하는 것 사이에 차이는 무엇일까?
인정 안하고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남들에게 약해보이기 싫은 걸까?
그럼, 혼자 있을 때조차도 나를 속이려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아직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진짜 이상한 애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