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당신만의 버전으로 써 보라. 부모님은 어떻게 만났고, 여러 사건들이 두 분의 관계와 당신의 출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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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밌겠다!
일단 우리 부모님은 나이가 9살 차이가 난다.
두 분이 처음 만나신 건 우리 엄마가 24살 때,
미대를 졸업하고,
외할아버지(엄마의 아빠)의 도움을 받아, 동네에 작은 서실(요즘으로 치면 서예학원)을 차리셨을 때다.
그때 33살이었던 아빠가 친구의 권유로 친구랑 같이 그 서실에 등록하게 되는데,
아빠는 서예를 쓰는 것보다는 기타 치며 소주 마시는데 더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서실에 올 때마다 두부를 한 모 사와서 소주랑 같이 먹으며 기타를 쳤다고 한다.
(아마 나였으면 이 따위로 행동할 거면 서실에 나오지 말라고 바로 퇴출시켰을 것이다. 완전 이상한 남자 아냐!)
물론 엄마도 처음에는 너무 당황하고 난감해서 할아버지한테 어떡하면 좋냐고 하소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맨 두부에 소주를 먹는 아빠가 안스럽기도 해서,
어느 날은 김치를 내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사라다(요즘으로 치면 샐러드)를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도 내 입장에선 절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안스럽긴 뭐가 안스러워! 내 서실에서 당장 나가!!! ㅋㅋㅋ)
그러면서 서서히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가다가,
어느 날, 아빠가 엄마한테 같이 등산을 가자고 제안을 해서, 둘이서 등산 데이트를 다니더니,
1년 후 아빠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찾아가 '딸을 제게 주십시오' 하고 청혼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나이도 엄마보다 9살이나 많고, 집안도 찢어지게 가난하고,
게다가 방송국 기술자로 일하는 아빠가 영 탐탁치 않았던 외할아버지는 단칼에 반대했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 아빠는 그 길로 뒤도 안 돌아보고 대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엄마의 인생을 뒤바꾼 역사적인 한 마디가 등장한다.
엄마는 대청마루에 서서, 대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아빠의 뒷모습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냥 가면 어떡해요!"
(엄마가 지금까지도 후회하는 한 마디다. 내가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됐다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 말 때문에 아빠는 엄마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둘은 결혼했고,
이듬해 내가 태어났다는 뭐 그런 얘기. ^^
아빠가 그날 그 대문 문턱을 넘어 그냥 나가버렸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없었겠지.
나는 50 평생을 모태솔로로 살았지만,
연애를 못 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은 솔직히 별로 없다.
다만, 각 커플들이 맨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만약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내 반려와 어떤 계기로 어떻게 만나게 됐을지 그건 좀 많이 궁금하다.
설마 앞으로 그런 기회가 생기려나?
에이, 설마...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