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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 글쓰기 좋은 질문 239번

by 마하쌤

* 당신은 중병으로 3개월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다. 무엇이 가장 그리운가? 의사가 허락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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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집 안에선 절대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햇빛 쬐기, 바람 쐬기, 이런 게 아닐까?

아무리 창가 양지바른 곳에 침대를 두고 거기에 누워있는다고 해도,

사방팔방, 머리 위에서 바로 내리쬐는 햇살과 바람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니까 말이다.

밖에 나와있는 그 감각하곤 전혀 다르지.


근데 요즘 내 상태는 저 질문과는 완전히 정 반대다.

나는 지금 밖에 나갈 필요 없이 3개월 동안 집에만 있고 싶기 때문이다.


8월 말부터 몸이 안 좋기 시작했는데,

하필 개강 직전이어서,

이미 약속된 강의 약속들을 하나도 취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정말 근근히, 겨우겨우, 꾸역꾸역...

오로지 펑크를 내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해온 지난 3개월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3개월 동안 치료는 계속했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전혀 쉬지를 못했기 때문에,

약효를 보긴 커녕, 현상유지만 하는데에 다 써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어제부로 외부 강의 일정은 모두 끝났고,

이제 한양대 종강 때까지 딱 4주만 더 버티면 된다.

종강날은 좀 일찍 끝내주곤 하니까, 풀 타임 수업은 3번씩만 더 하면 된다.



모든 게 다 무사히 끝나고 나면,

나는 겨울잠 자는 곰처럼 동굴(내 방) 안에 처박히고 싶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날 필요 없이,

그저 쉬고, 쉬고, 쉬고, 또 쉬고만 싶다.


아마도 이게 프리랜서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겠지.

책 읽고, 드라마나 영화 보고, 글 쓰고, 외국어 공부하면서,

그렇게 긴긴 겨울을 보내고 싶다.


방학 동안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다음 학기를 아예 포기해야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진짜 목숨 걸고(?) 쉬어야 한다.



옛날엔 여름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보니 겨울만 고대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왠지 용납될 것만 같은 그 조용한 계절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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