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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Jul 13. 2024

2024. 02. 09. 치앙마이 예약을 잘못하여

 치앙마이 대학교


2024. 02. 09. 치앙마이대 정문 건너 Go Inn 호텔

치앙마이의 아침은 상쾌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햇살이 따가워진다. 남편과 나는 산책하러 나왔다. 숙소 직원에게 “굿모닝”, 하고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우리를 부른다. 체크아웃이 11시니까 그전에 짐 싸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라니요. 우리는 이틀을 예약했는데요.”

“응, 맞아. 7일과 8일 예약했지.”

“오늘 8일이니까 체크아웃이 내일이죠.”

“오늘이 9일이야.”


‘아, 그렇구나. 오늘이 9일이네. 어쩐지 어제 이른 시간에 체크인을 해 주어, 속으로 놀랐는데. 전혀 고마울 일이 아니었네.’ 기차에서 하루를 잤으니, 예약을 8일과 9일로 잡아야 했다.

갑작스러운 체크아웃 소식을 들으니 순간 멍해졌다.


"그럼 남는 방 좀 없을까요?"

방이 다 찼단다. 그래서 산책하러 나가려던 걸음을 되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에이, 일단 밥부터 먹자." 어제 야시장에서 사다 놓은 망고 밥, 새우살 쌈, 수박과 라면을 끓여 먹고 '북킹닷컴', '에어비앤비' 등에 접속하여 숙소 검색에 들어갔다.


치앙마이 어디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는데 ‘님만해민’이란 이름이 그럴듯하여 이 동네 쪽으로 숙소를 잡았다. 치앙마이대학이 가깝다고 했다.


툭툭을 타고 가다 보니,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인 마야몰이 보인다. 숙소는 'Go Inn 호텔'인데 치앙마이대 정문 맞은편 골목에 있다. 체크인이 2시라면서 문을 안 열어주어 기다렸다. 정각 2시가 되니까 직원이 나왔다. 방이 4층에 있단다. 우린 나이 많아서 올라가기 힘드니까 낮은 데로 달라니 남은 방은 그거 하나란다. 계단이 높다. 끙끙거리며 큰 여행가방 두 개를 끌고 올라갔다.


4층에 올라가니 한쪽은 넓은 옥상이 있고 다른 한쪽에 방이 있는데 큰 방에 침대가 4개 있고, 깨끗한 시트에, 예쁘게 접은 수건들, 큰 테이블도 있고, 냉장고, 에어컨, 샤워실도 널찍널찍하다. 좁은 방에만 있다가 이곳에 오니 너무나도 좋다.


점심은 길건너에 있는 치앙마이대학교 구내식당에서 먹을 예정이다.

치앙마이대 입구에 들어가니 정면에 분수가 물을 뿜고, 캠퍼스에는 나무가 많이 있는데 푸르르긴 해도 몇몇은 잎이 말라 바스락 거리기도 했다.


너무 넓은 캠퍼스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학생들도 거의 안 보였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간간히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앙깨우호수'와 그 맞은편 카페에 가니 사람들이 많았다. 카페이름은 'Living a Dream'이다. 호수와 석양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는 맛집이란다.


우린 젊은 마음에 학생 구내식당을 가려고 했다. 카페에서 한국인 아가씨들을 만났는데 구내식당은 모른다고 한다. 남편은 해외에서 한국인만 보면 무척 반가워하며 말을 건다. 남편은 그 아가씨들에게도 별 시답잖은 질문을 했다. "어디서 왔어?, 지금 먹는 것은 뭐야? , 맛있어?"


그녀들 중 한 명이 말한다.

"우리 지금 밥 먹고 있잖아요."


젊은 남자가 말을 건다면 서로 희롱하며 응답하겠지만, 나이 든 사람이 뻔한 질문을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제발 젊은 사람들에게 말 좀 걸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샐러드와 햄버거를 먹고, 화장실을 가다가 건물 안에서 구내식당을 발견했다. 학생들이 빼곡하고, 그 넓은 홀에 푸드트럭, 식당, 장신구 가게, 과일, 옷, 등등을 살 수 있었다. 식사 후에 발견하여 아쉬웠다.


그 홀의 끝쪽 벽에 미얀마라 쓴 플래카드를 붙이고 그 앞에 서서 남녀 학생들이 합창을 하고 있었다. 무슨 행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 유튜버 놀이를 시작했으니 취재를 해야 했다. 난 핸드폰을 켜고 스텝으로 보이는 여학생에게 가서 질문을 하였다.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죠?"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호기심 있게 모여들며 그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언어의 벽으로 이해를 다 한 것은 아니지만, 미얀마 유학생들과 태국 학생들의 친목 행사인 듯싶다.


한 여학생이 내가 유튜버인지를 물어보았다.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내 계정이 뭐냐고 묻는다. 활로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어어, 이건 내 예상과 다른데.' 난 그때 유튜버가 아니었고, 한번 해봐? 하고 생각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해야 했다." 으응, 아직은 아니야."


숙소로 돌아와 누룽지를 끓이려 솥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여행 오기 전 당근마켓에서 사천 원 주고 산 1인용 전기밥솥이다. 아직 여행할 날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고장이라니. 우린 솥도 사고 저녁도 먹고자 밖으로 나왔다.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저녁때가 되니 주변이 완전 야시장이 되었다. 치앙마이대 맞은편이 전부 상점이다. 어마어마한 야시장이다. 조금 걸어서 마야몰을 가니 마야몰 맞은편도 완전 먹자골목이다.


전자제품 가게에서 2만 4천 원 주고 새 미니 밥솥을 사고, 마야몰에서 슬리퍼를 하나 샀다. 돌아오는 길에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와, 너무 고급스럽게 먹었다. 1인당 6천 원에, 온갖 해물이 들어간 요리다.



이래서 치앙마이에 1달 살기 하러 사람들이 몰려오나 보다. 싼 물가, 좋은 날씨,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숙소에 들어와 사진과 동영상을 옮겨 놓고 맥주를 마셨다. 방콕은 더워서 맥주 없이는 못 살 것 같았는데 이곳 치앙마이는 그리 덥지 않아서인지 맥주가 막 당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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