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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Jul 21. 2024

2024. 02. 12. 빠이 뱀부브리지와 윤라이 전망

제임스 국수


빠이 워킹스트리트(여행자의 거리)에 가면 1일 투어, 반일 투어 상품을 파는 여행사가 여럿이 있다. 보통 한국인에게 알려진 곳은 ‘아야 서비스’이다. 여기서 스쿠터도 빌리고, 여행상품도 구매한다. 일일 투어에는 윤라이 전망대, 차이니스 빌리지, 타빠이 온천, 화이트 부다, 커피 인 러브, 뱀부 브리지, 모팡폭포, 랜드 스플릿, 빠이캐년이 들어있다.



이 내용을 참고하여 우린 스쿠터를 타고 곳곳을 누빈다. 유튜버와 블로거의 후기를 통해 윤라이 전망대는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말하길 절대로 스쿠터 타고 가지 말라고 한다. 고개에서 넘어지는 사람 여럿 봤다면서. 어떻게 갈까? 그렇다고 이곳을 패스하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계속 아쉬워질 것 같았다. 가기 어렵다니까 더 가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윤라이는 일단 접어두고 뱀부브리지를 먼저 가기로 했다.

뱀부 브리지는 빠이 중심에서 11km 떨어져 있는 Pam bok 마을에 있다. 빠이가 산중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대부분의 관광포인트는 스쿠터로 20분 내외 거리에 있다.


이 뱀부브리지는 매일 아침 탁발을 위해 6km 이상 걸어야 하는 스님들을 안타깝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는 대나무를 엮어 이 다리를 지었다고 하는데, 태국에서 종종 느끼지만 태국인의 스님에 대한 예우는 매우 깍듯하고 종교적이다.


뱀부브리지 가는 길은 콘크리트 도로가 많이 파손되어 있고 중간중간 비포장 도로도 있어 스쿠터가 툭툭 튀어 올랐다. 길에서 사고가 종종 난다고도 한다. 하도 긴장하고 힘을 주어서 스쿠터에서 내릴 때는 몸이 굳어 뻣뻣했다.


깨끗한 시냇물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논밭 위에 세워진 다리는 감동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삐그덕 삐그덕하는 소리에 쿠션이 풍부한 다리를 걸어가니 몸이 둥실둥실 뜨는 듯하다. 다리 위에는 관광객이, 다리 밑에서는 농부들과 소가 돌아다녔다.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물소들, 어미 쫓아다니는 귀여운 새끼들, 그늘에서 낮잠 자는 물소들이 어슬렁 거린다.


다리를 걷는 곳곳에 그네나 쉼터, 카페 등이 있는데 그중에 ‘천국의 계단’이 재미있다. 공중에 세워져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려면 심장이 쫄밋쫄밋해진다. 무섭지만 기어올라갔다.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달랬다. 하늘을 배경으로 추켜올려 찍으니 내가 하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사진이 나왔다.


 우리 두 부부는 먹는 것에 너무 신경을 안 썼다. 나중에 돌아와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니, 음식 사진과 맛에 대한 평가 글도 많다. 무엇이 맛있는지 어디에 가서 먹을까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맛집 투어를 하고 싶다.


눈에 띄는 식당에서 사진을 보고 손가락으로 이것 달라고 하여 이름 모를 음식을 먹었다. 식사 후에 계산을 하려다 보니 카운터에 도네이션(후원금)에 대한 안내가 있다. 팸복학교의 학생들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쓰여 있어서 100바트 (4천 원)를 통에 넣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윤라이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올라갈 수 있는데 까지 스쿠터 타고 가다가 어려울 것 같으면 걸어가자고 했다. 드디어 윤라이 전망대의 초입에 진입했다.

서서히 긴장감이 몰려온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중국인 마을이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스쿠터를 몰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급격한 오르막 길이 나타났다. 이때 가장 긴장을 많이 했다. 남편과 일체감을 가장 많이 느낀 곳이기도 하다.


일심동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라는 비장한 마음이다. 남편은 멈추지 않고 스쿠터를 몰았다.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정상에 올라선다. 으으윽, 드디어 무사히 올라왔다. 남편에게 어렵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올만했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무사할 수도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구간인듯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파란 하늘 아래 가로로 길게 구름이 한층, 그 아래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산 풍경이 한층, 그 아래에 녹색 들판과 마을이 한 층을 이룬다. 이곳은 일출 명소인데, 우린 오후에 올라왔으므로 일출의 축제에는 동참하지 못했지만, 내 특유의 상상력으로 일출을 감상한다.



늦게 내려오면 산길에서 스쿠터 운전이 위험하므로 일찍 내려와 ‘제임스 국수’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갔다. 평소에는 한국인을 못 보는데, 거기에 가면 반드시 한국인이 있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식당이고 우리말로도 ‘제임스 국수’라고 쓰여있다.


 돼지 왕갈비가 주 메뉴로 푹 익힌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나온다. 60바트 (2천4백 원)에 본 수프(bone soup) 한 그릇과 밥이나 국수중 하나를 원하는 대로 준다. 우린 이틀 연속으로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을 만드는 부인의 표정이 참으로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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