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먼 곳에 있는데 같이 갈래? 아님 여기 있을래? 물어보지 그랬어? 난 자기가 나 때문에 죄인처럼 뛰어서 갔다 온 거 너무 싫었어! 백신 맞은 날은 운동하면 안 돼! 나를 위해서건 뭐건 자기감정만 생각했어! 단 한 마디도 안 하고 혼자 쪼르르 가버리면 난 뛰지도 못하고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내가 그건 생각 못 했네"
그랬다. 난 그냥 나한테 지도를 잘못 봤으니 많이 걸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물어만 봤어도, 이왕 나온 거, 거지차림으로 나와도 감수하고 가려고 했는데 내 눈치 보며 그렇게 뛰어가는 거 자체가 싫었던 것.
날 배려한 거지만 배려처럼 느껴지지 않은 순간이었다.
사람은 각자의 선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선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대수롭지 않은 것일 수 있고 상대방의 선이
예민해 보이거나 까다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난 선을 넘는 건 싫다. 가족이든 친한 친구든
선을 넘는 건 불쾌하고 기분 나쁜 감정이 오래간다.
그래서 가족이고 친한 사이일수록 그 선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 선을 지킬 수 없다면 함께 지낼 수 없는 것이고
누군가는 나가떨어지겠지~
중요한 건 그렇게 소통하다 보면 서로의 선을 알게 되고
그 선을 존중하게 되고 관계는 더 진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2년째 되는 부부지만 서로의 선을 지키려고 애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그 선들을 또 찾게 되겠지.
서로의 선을 안다는 건,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정말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