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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Sep 26. 2024

정말 망했다. 변명도 많지, 그때는

한가위였고 한낮이었고 땀도 한 바가지

어떤 연유든 산책은 가야 할 터.. 늦었다고 느낀 때가 나가야 하는 때인데, 


뭐라도 먹어야 까?


새벽 산책은 글렀다.


해피누나가 외가에서 자겠다 하여 다음 날 속옷을 챙겨 들고 갔다. 해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미사를 가셨다.  둘째, 네 살 기쁨이 손을 잡고 10시 40분에 같이 근처 산책길을 나섰다.


열네 살 해피는  날씨에 산책을?

하는 눈으로 본다.


그래, 네가 옳다.

네가 현명했던 거였어. 흑흑.


한가위인데 이 무더위, 말이 되나? 


이 글을 쓴 시점이 바로 그날, 9월 하고도 18일.


기록적인 한가위다, 여러모로.


해님은 힘이 세고 온통 훅훅 찐다.


문을 열자마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몇 초 에 그냥 포기할까도 했지만

용감하게 엄마 모자 두 개를 들고 다시 나와 창이 넓은 모자를 기쁨이와 하나씩 나눠 썼다.


약 15분을 걸어 도착했건만, 

모교 뒷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개미 마리, 사람 하나 없다.


혹시나 싶어 계단을 한달음에 올랐다.

철문을 넘어 보이는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은 눈부시다.



예전에는 늘 개방했던 것 같은데?

아니, 명절 하루 문 닫는 것이었나,


운동장만 구경만 하자니 엄청나게 서운하다.


나보다 더 서운한 건 우리 네 살 아가, 기쁨이.


눈앞에 선한 그네, 정글짐, 어느  하나 손댈 수 없이 아이쇼핑하듯 침만 꼴깍 삼켰다.


돌아오는 길은 어릴 적 살던 집 앞을 지나서 걸어왔다.

암튼, 그 부엌에서 아빠가 끓여 준 라면맛이 나네..


내 머릿속이 라면을 떠올리거나 말거나,

기쁨이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 조른다.


조오기 쪼금만 더 가자, 집에 사과맛 마이쭈 요구르트 있어, 참을 수 있지?


주저주저 알겠단다.


결국 두 번은 땅에 주저앉았던 기쁨이였지만.


대견하다.


산책 미션을 끝냈다! 오늘은 밤톨이가 아닌 기쁨이와 같이. 추억 여행이라고 할까?


새벽은 아니었지만 그래, 

한가위만 같아라는 명절에도 나와 한 약속을 지키려  한 나  대견하다.


스스로 다 괜찮다. 위로한.


하늘도 파랗다. 괜찮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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