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

덤덤한 말 한마디, '아이에게는 그네들의 인생이 있더라...'

by 하이디김

여전히 시간 속도에 당황스럽다. 2025년도 어색하구만, 5월 중순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잘 갔다는 것은 새삼 감사한 일이다.


마음 불편한 일이 잦지 않았으며 바쁘게 살아왔고 평범한 하루들이 이어졌다는 것.

고개 백 번 만 번 숙여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누구에게? 글쎄, 모든 이에게?


너도 나도 사고 없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학교는 지옥이란 말이 입에 붙더라도 우리 해피가 중학교 출석을 잘하고 있고,

주말아빠 남편이 다시금 체중 관리와 건강을 챙기고.


아차차, 엊그제 기쁨이는 밤톨이를 데리고 병원놀이를 하려다 손등을 앙 물려

진짜 병원에를 갔다. 할아버지 의사가 소독도 해주셨다.


경고성 살짝 물며 피하는 것을 몇 번이나 무시하고 밤톨이 양다리를 들고 난리통에 생긴 일이다. 우리 귀한 아들에게 이를 드러낸 밤톨이를 며칠간 쓰듬쓰듬 않았더니, '엄마 날 위해 속상해해 줘서 고마워' 하는 기쁨이.


학원 알바를 끝내고 7시 넘어 기쁨이를 데리러 갔지만 해맑게 맞아줘서 또한 고맙다. 마지막이었지만, 왜 늦었어 한 마디 없어 고맙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작년에 다니던 어린이집을 들렀다. 집 앞이라 볼 때마다 알은체를 하고 싶어 야단인데 마침 당직 샘이 계신다.


'울 기쁨이 하고 싶은 말 해봐.' 하는 샘 말에 냉큼

'엄마가 늦게 데리러 왔어요.'

'그래? 왜 그랬을까?'물으니,

'엄마 돈 벌라고요.' 한다.

'맞아, 기쁨이 그래도 씩씩하게 잘 있었지?' 하니

'네!' 어디서든 언제나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씩씩하다.




문득 밝은 밤이라 하늘을 보니 예쁜 달이 떠서, 달하 노피곰 도다샤 고대 시가 이런 날 지어졌겠구나.

밝은 달빛 구름 한 점 없는 봄밤이 고맙고 어젠 flower moon이었대 알려주는

우리 해피도 예쁘다.


유달리 바쁜 하루였다. 밤톨이와 산책하고 아침을 차려 먹었다.

느긋하게 기쁨이 등원시키고 오전에는 온드림에서 검정고시 국어를 가르쳤다.

오후에는 영어학원서 알바하고 기쁨이와 하원하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운동엘 다녀왔다.


그새 까무룩 잠든 기쁨이.


엊저녁에는 나와 늦게까지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바빴다가

오늘은 누나랑 나란히 앉아 언슬생을 보다 잠들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더 많은 시간을 너에게 내어 주지 못했나 또 미안함이 든다.

아침에 여유로우니 충분히 집에서 노는 것으로 마음을 채워 주지만 늘 부족하다.


낮잠 없는 유치원 일정도 5월이 넘어서니 기쁨이는 몸도 마음도 적응을 했다만.

저녁에 운동 간다며 자리를 비우면 잠이 드는 네가 내가 집에 있으면 10시라도 오백 번 잠투정하며 남은 힘 다 쓰다가 어느 순간 꿈나라다.


'얼마나 힘들겠냐, 갸도.'

남편이 멀리서 객관화를 해준다.

내 눈에 너는 1대 1 상하반신 짱구 친구라, 힘들어 보이기보담, 귀엽지.

충분히 공감해주지 못했다.

생떼도 귀여워서 웃음이 나는걸.


앞으론 일주일에 2-3회 밤잠을 당기자. 마무리가 해피해피하게끔.


내 일기 속 기쁨이 지분이 점점 늘고 있다.

다섯 살이 열다섯 살보다 더 많은 힘을 소모하는 것이 당연지사다만.


해피 자기주도학습과 자기주도출석(스스로 기상해서 정상 등교함.)이 안정세다. 앗, 또 이렇게 말하고 보니, 더욱 겸손해야 하였나. 엄마에게 늘 건강은 자랑하는 거 아니다 하는 소리를 들어 버릇해서 그렇다.


그래도 우린 사소한 축하할 거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마음껏 기뻐야 산다.


밤 11시 14분. 넌 잠들었을까 아니면 눈가 더 다크 하게 인스타 스크롤링하고 있을까? 모른 척 둘까?


잠깐 호기심을 참고 요즈음 너의 일상을 적어볼게.


학교가 끝나면 매주 화요일 도수치료를 받고, 월수목은 집 근처에 수학을 배우러 갔다 와서 내가 알바 가기 전에 차려놓은 저녁을 먹고 6시 반 혹은 7시경 슬전생을 켠다.


일몰 즈음 기쁨이와 귀가하면 너는 TV를 향해 웃음을 띠고 있다.

언슬생 한 화를 끝내면 다음 화가 또 보고 싶어 지니, 엔딩이 오기 전에 끄라고 나는 잔소리를 하지.


귓등으로 듣는 척하던 넌 9시 되기 전에 넷플릭스를 끈다.


원래 주중 TV 금지인데, 너가 침대에서 빈둥거리며 인스타 스크롤링하는 것보다야 더 나은 충전방법이라 생각한다. 내 오후 알바가 한 시간 늘면서 TV금지 규칙에 금이 갔다.


기강을 다시 잡을 때가 왔나?


우리 해피는 TV 줄이기, 기쁨이는 밤잠 사수.

It's all about routine.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TV는 모닥불처럼 거실에 가족이 모이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한다.


네 방 방콕보단, 환한 거실에서 웃고 있는 게 보기 좋다.


야무진 해피는 벌써 2회 고사 D-49를 스터디플래너에 새기며 내게 영어공부를 도와달라 하기도 하니까.

'내'가 잘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 vs. '남, 학교선생님, 과외선생님, 학원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공부? 질적인 측면에서 천지차이니까.


네 호기심에서 시작한 공부를 마스터하는 기쁨을 느껴야 할 나이다. 스스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지! 이대로 쭈욱 가길.


지칠 정도로 매달리지는 말고 그렇다고 흐물 해 지지 말고 스스로 만족할 만큼 보람도 성취도 느끼길.


그리고, 그 말은 내가 내게도 건넬 응원이다.


'네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

한 선배맘 덕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아이들에겐 새로운 인생이 있더라고요.'

이어지는 덤덤한 말이 또 깊은 격려로 다가온다.


문신만 안 새겼지 가슴에 아로새겨진 '엄마'라는 역할.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시간을 보낸 들 끝없는 죄책감이 함께 한다.

그저 열심히 하루를 살고 애써 죄책감을 씻어내려 한다.


게다가 가혹한 현실은 5년이면 AI, AGI와 특이점이 도래한다며 협박 아닌 협박이 모든 인터넷을 도배한다. 손 놓고 있기가 불안하다. 세상 바뀌는 속도에 눈이 휙휙 돌아간다.


너도 나도 도대체가 가만있질 못하는 사람들이라 뭐라도 하고 있을 거야.

그렇게 우리는 AI노예는 면하겠지 뭘.


그럴까?


진정 AI가 주는 엄청난 사회적 부와 그 가치를 평생 누리고 살 것 같은 우리 막냉이 기쁨이는 여직 그런 기대 혹은 우려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겨우 밤 기저귀와 빠이빠이하는 중이다.

방광은 커져가는데 자기 전 치카는 미루고 싶어서 투닥거리는 일상.

남자아이들은 유독 씻는 것을 귀찮아하는구나 그렇구나.


건조기를 보급한 기업들에게 고맙다. 하루 걸러 극세사 이불을 빨아도 그날 말릴 수 있다. 우리 엄마가 나를 키울 때는 상상도 못 한 일. 그래서, 엄마 집 이불장은 천장에 닿을 탑처럼 이불이 쌓여있다.

우리는 지금 이불 외에 여분 이불 몇 채도 없다.


아무튼, 요즈음 들어 자신의 스트레스를 마음껏 분출하고 표현하는 기쁨이를 본다.


웃음이든 무엇이든 난 참아야 하느니라.

네겐 인생 너무나도 진지한 순간이 내겐 너무 웃기다.


모든 것을 표현하는 마음 참 건강하구나. 난 기쁨이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난 이런 글을 필사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내 아이의 내면이 단단하고 야무지게 잘 자라고 있다는 18가지 증거


1. 혼내도 기가 죽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한다.

2. 말꼬리를 기분 나쁘지 않게 창의적으로 잘 잡아서 의외의 웃음을 선물한다.

3. 기분 나쁜 건 금방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한다.

4. 알고 싶은 게 많아서 지겨울 정도로 질문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도 한다.

5. 하고 싶은 게 분명해서 고집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6.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7. 늘 에너지가 넘쳐서 쉬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8. 가끔 엄마 아빠에게 감동의 한마디를 들려줘서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9.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감정의 변화가 크다.

10. 무엇을 질문해도 당당할 정도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한다.

11. 간혹 조금 위험할 때도 있지만, 혼자서 뭐든 해보려고 한다.

12. 엄마 아빠가 없어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씩씩하게 잘 논다.

13. 계획한 것에서 어긋나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14. 예민한 성격이지만 부정적이지는 않아서 까칠하지는 않다.

15. 어디에서든 잘 적응해서 걱정을 하지 않는다.

16. 성격이 급해서 가끔 실수를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는다.

17. 같은 곳에서도 늘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한다.

18.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다.

@thinker_kim.


우연히 전자책으로 읽은 철학자님의 인스타를 타고 들어가 유익한 글을 접하고 있다. thank you!


기쁨이랑 우리끼리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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